Dinero & Tiempo
2011년 공개된 미국의 SF 액션 스릴러 영화 <인 타임 (In Time)>를 봤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25살에 노화를 멈춘다. 모든 거래 수단은 지폐가 아닌 시간이다. 인간의 수명 잔량도 몸에 내재된 시계에 표시된다. 사람들은 이제 먹고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수명 연장이란 차원에서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 혈안이 된다는 줄거리다.
마르크스는 그의 저서 '자본론'에서 노동 가치론 (Labor theory of value)을 주장했다. 제품의 시장 가격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투여된 노동의 총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설이다. 가치가 바로 노동이다. 노동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혹은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다. 결국 노동은 노력이고, 노력은 시간이다. 시간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사람들은 고가 명품들을 선호한다. 탁월한 품질과 태생적 한정판이기에 그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샤넬, 꾸지, 프라다 등 소위 명품들은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공예품들이다.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다. 공장에서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제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장인을 영어로 master, 스페인어로 maestro라 부른다. 연습이 명인을 만든다. Practice makes the master/ La practica hace al maestro. 훌륭한 작품은 많은 땀과 노력의 시간을 요한다.
2000 년대, 개그 콘서트의 '달인'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개그맨 김병만의 신기에 가까운 재주들을 코미디로 엮은 방송이었다. 또한 SBS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달인들의 노력과 인생을 다루는 '생활의 달인' 방송도 있었다. 모든 달인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경지 오른 사람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 라이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떤 분야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매일 꾸준한 연습이 최고를 만든다는 것이다. 즉, 상당한 시간이 연습과 노력이 합쳐질 때, 비로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돈을 매우 좋아한다. 자본주의는 돈 중심주의이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No money, No funny", "돈이 최고다(El dinero manda.) 등의 말들은 이를 잘 대변한다.
모든 가치는 돈에 비롯되고, 돈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돈은 삶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돈을 원해 벌고 싶은 것은, 삶의 수단으로써 쓰기 위함이다. 쓸 시간이 없어 못하는 돈은 더 이상 돈이 아니다, 단지 휴지 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돈도 쓸 시간을 남겨두고 벌어야 한다.
자기 색깔이 뚜렷한 MZ세대는 높은 연봉보다도 자기 생활을 추구하는 워라밸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워라밸은 노동과 여가의 함수다. 노동은 돈이고, 여가는 시간이다. 돈과 시간은 제로섬 게임의 두 변수다. 한쪽을 늘리면, 다른 한쪽은 줄어든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번쯤 생각할 점이 있다. 시간으로 돈은 벌 수는 있지만, 그 역은 불가하다. 돈으로는 단 일초도 사지 못한다. 시간은 돈에 우선하는 최상의 가치다. 수명이라는 절대 시간 총량은 확정적이다. 이것이 돈보다 시간을 더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다.
1894년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가 기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이 쓴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한 젊은 여인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부러워하는 욕심으로 빚어진 고달픈 인생을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자본주의와 허영심에 대한 관찰기라고 볼 수도 있다. 소설의 주인공, 마틸드 루아젤은 친구의 진주 목걸이를 빌렸다가 분실한다. 빚을 내서 같은 목걸이를 사주고, 이를 갚기 위해서 10년이라는 긴 세월 뼈 빠지게 일만 해야 했다. 그동안 주인공은 젊고 매력적인 여인에서 늙고 거친 여인으로 바뀐다. 허영에 빠져 일만 해야 했던 젊은 시간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채워지지 않는 허영뿐이다.
돈만 위해 한정된 시간을 쓸 것인지? 혹은 적당히 돈 벌고,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인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공수래공수거'란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돈으로 삶을 채우려 할수록, 삶은 더욱 공허해진다. 마치 갈증에 콜라를 마시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은 더욱 증폭한다. 채울수록 더 공허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