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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Sep 08. 2024

5만 원 환급, 마케팅 개론을 실습하다 -1-

 상세 페이지를 적어야 했다. 사람들에게 내 로고가 팔릴 수 있는 글을 적어야 했다. 마케팅 개론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전자책에도 나온 말이었다. '불만족시 100% 환불'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든 상세페이지에 적혀있는 말이었다.


 마케팅 이론 중에 '지각된 위험', '구매 후 부조화'라는 개념이 있다. 구매 전에는 지각된 위험이 소비자들에게 발생하고, 구매가 이뤄진 후에는 구매 후 부조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 개념들은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구매와 관련한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한 불편함은 너무 비싸서일 수도, 너무 저렴해서 일 수도 있고, as가 되는지, 사놓고 후회하지는 않을지, 사고 보니 더 좋은 게 있는데 후회된다던지 하는 모든 정서적인 걱정, 불편함, 후회등을 말한다.


  지각된 위험은 로고 비용인 '돈'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로고를 구매하고 후회하지는 않을지, 과연 초짜한테 내 사업 로고를 맡겨도 될는지 고민하는 모든 심리적인 요소까지 포함한다. 구매할 때 내가 감수해야할 것들의 대한 걱정이나 불안 같은 것들이다.


 두 번째인 구매 후 부조화는 말 그대로 구매 후에 벌어지는 심리적인 거리낌이다. 당연히 시점은 구매 이이후다. "지금 와서 보니까 다른 곳이 더 나은 것 같아", "아 딴 곳에다 맡길 걸 그랬나", "구매는 했는데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떡하지?"이 모든 것들이 구매 후 드는 심리적 부조화들이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동기화된다. 즉,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을 없애려고 한다. 사실, 우리가 보는 광고도 소비자에게 심리적 불편함을 유발하고, 그걸 우리의 제품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짜이기도 한다. 

 어쨌든, 난 나의 로고가 팔리기 위해서는 나의 고객들에게 심리적인 편안함을 줘야 했다. 앞서 말한 불만족시 100% 환불은 지각된 위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어차피 마음에 안들면 환불해준다는데 한번 구매해보자'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난 확실히 지각된 비용을 잡기 위해, 5만 원 환급을 내걸었다. 리뷰를 적어주면, 5만 원을 환급해 주는 리뷰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의 입장에선 신생 서비스이기에 리뷰가 절실하다. 그리고 초보라 단가를 높게 받으면 경쟁이 없다. 그래서 난 내가 살면서 가장 구미가 당겼던 '환급'이라는 단어를 나의 로고 사업에 끼워 넣었던 것이다. 나의 지갑이 열리게 하는 마법의 단어였으니까.


 그렇게 나의 로고는 디럭스 가격이 100,900원이어도 5만 원을 환급해 주니 59000원인 셈이었다.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나에게 떨어지는 최종 금액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35000원에 불과했다. 합리적과는 거리가 있는 금액이었다. 열정페이 같다고도 느꼈다. 난 두 개의 시안을 만들어야 했고, 수정도 무제한이었으며, 평생 as를 보장했으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걸 맞춰주고, 끈질기게 소통했는데 그 노력의 값이 불과 35000원이라니. 좀 부질없다는 허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35000원만 남은 건 아니었다. 두 가지 시안을 제시했을 때, 둘 다 모두 마음에 들어 하신 고객들은 추가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의 로고를 원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아이디어를 잘 짰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추가비용을 따로 내는 게 아니라, 환급 금액에서 차감하는 형식이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시안 두 개를 모두 원하면 추가비용으로 난 2만 원을 불렀다. 원래 그러면 추가 결제가 이뤄져야 하고, 거기서 또 수수료가 발생한다. 하지만 난 환급 금액 5만 원에서 2만 원을 제하고, 3만 원만 고객한테 환급해 줬다. 결과는 같지만 수수료는 감소하는 방식이었다. 


 5만 원 환급 이벤트가 이뤄졌음에도 대충 적으신 고객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무척 정성스러운 리뷰도 있었다. 난 그걸 보며 동기부여와 흐뭇함, 성취감을 느꼈다. 내가 만든 로고가, 내가 만든 디자인이 누군가의 업장에 간판이 되고, 브랜드가 되고, 정체성이 된다는 게 보람 있었다. 


 실제로 '하루카페'라는 로고의 거래가 끝나고 연락이 왔다. 간판 제작을 앞두고 있는데 색상 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난 흔쾌히 말씀드렸고, 실제로 나의 로고가 살아 숨 쉰다는 것에 입꼬리를 올렸다. 결론적으로 난 5만 원 환급이라는 힘으로 총 6건의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난 나에게 맡겨주신 고객들께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진심으로 그들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랐다. 나를 믿어준 이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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