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발달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 5
인플레이션, 물가가 오르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
노후 자금 목표 설정을 위해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오늘의 100만 원이 30년 후에도 같은 100만 원일 수 없기에, 인플레이션을 헷지할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을 추구하고 미래에 현재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은퇴 후 부부가 짜장면만 삼시세끼 먹어도 6억 원 넘게 필요하다!
7,000원 * 3끼 * 2명 * 365일 * 40년 = 613,200,000원. 60세 은퇴 후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으니 기간이 길기는 하지만, 심지어 짜장면 값도 더 오를 것 아닌가? 은퇴 시점부터 죽을 때까지 짜장면 값이 8천 원으로 고정되어도 총액은 7억 원이 된다. 하지만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실체를 알면 대비할 수 있다. 나는 돈과 시간이 투자하는 자의 편이라고 믿는다.
먼저, 빅맥지수 마냥 노후 자금을 논할 때 항상 거론되는 짜장면 값을 파헤쳐 보자.
국가통계포털 '통계로 시간여행' 사이트에 따르면, 짜장면 값은 1975년에 177원, 1990년에 1,392원이었다. 2022년 기준 짜장면 값이 7,000원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47년 전인 1975년보다는 약 40배, 32년 전인 1990년보다는 약 5배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그럼 내가 은퇴할 시점인 30년 후에 짜장면 값은 얼마일까? 그리고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을 60년 후에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를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계산해 보면 각각 1975년의 616원, 1990년의 2,499원이 2022년의 7,000원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즉, 현재 7,000원인 짜장면을 먹으려면 화폐가치 기준으로는 1975년에는 616원을, 1990년에는 2,499원을 지불했어야 하는데 실제 짜장면의 가격은 177원, 1,392원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보다 짜장면의 가격 상승이 급격했음을 나타낸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면 체감 물가와 확 차이 난다는 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1975년과 2022년 사이 짜장면의 가격은 177원에서 7,000원으로 약 40배 뛰어올랐지만, 전체적인 현금의 가치는 7,000원에서 616원으로 약 11분의 1만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과 2022년 기준으로는 짜장면 가격이 약 5배 증가, 화폐 가치는 약 3분의 1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를 보아도 우리나라 경제가 점점 성숙기에 도달함에 따라 이전만큼 높은 예적금 금리를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물가 상승률도 둔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33년 동안, 2022년 5.1%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았던 해는 단 5개년 밖에 없다. (1990년, 1991년, 1992년, 1994년, 1998년)
소득 수준은 그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1975년에 1인당 국민총소득 29만 6천 원이던 것이 1990년에는 467만 4천 원, 2022년에는 4,248만 7천 원으로 각각 약 143배, 약 9배 증가하였다. 물론 내 연봉은 4200이 아니지만, 그래도 1인당 국민총소득이 짜장면 값보다는 훨씬 더 많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주택 가격은 어떨까? 2004년 서울시 종합 주택가격지수(매매)는 61.9였고 2020년 111.1로 약 1.79배가 올랐다. 서울시 아파트 기준으로는 60.6에서 113.5로 약 1.87배가 올랐다. 1986년과 고점인 2020년을 단순 비교하면 서울시 아파트 기준 약 5.64배의 가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기간별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은 알고 있어야 할 듯하다. (하지만 통계 작성자 분께서 당연히 다 잘 고려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기준이 동일한 1986년부터 2011년 사이에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20.1에서 93으로 4배 이상 오른 것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3분위(소득 상위 40-60%) 서울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4년은 모아야 3분위 평균 가격의 주택을 살 수 있다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20-30년 이상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 기간별 기준: 1986년-2002년 (2011.6=100) / 2003년 11월-2020년 (2017.11=100) / 2021년 이후 (2021.6=100)
그때도 비싸고 지금도 비싼 부동산에 대한 복잡한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금융 자산만 한번 따져 보자. 일반적인 조기 은퇴 파이어족의 목표는 연간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2%로 잡고, 월 생계비의 25배를 모아서 6%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년 동안 월 250만 원을 지출한다고 하면 단순 계산으로는 9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를 병행하며 연간 4%만 인출해서 쓴다면 250만 원의 25배인 7억 5천만 원으로도 은퇴가 가능하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7억 5천만 원을 금융 자산으로 모으려면, 조기 은퇴가 아니라 정년 은퇴를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이 없어도 은퇴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고 한다. 아래 재미있는 기사를 공유한다.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3/06/14/3RWZORWTC5GXNI7BJEE2WGJXKU/
위 주소에 있는 '자산수명 간편 계산기'로 계산해 보면, 35세에 금융 자산 1억만 달성하면 60세에 정년 은퇴해 국민연금을 월 97만 원씩 받으면서 87세까지 매월 250만 원을 쓰고 갈 수 있다! 정년을 채울 수 없다면 저축 및 투자액, 혹은 기간을 늘려야겠지만 그래도 1억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않는가? 기사에 나와있는 것처럼, 1. 젊을 때 절세 혜택이 있는 연금 계좌로 은퇴 자산을 더 모으고, 2. 주택연금을 활용하거나 더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고, 3. 은퇴 후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것이 더욱더 노후 자산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35세에 모은 돈이 0원이어도 연금저축, IRP, 중개형 ISA 계좌를 활용하여 25년 동안 매월 100만 원씩 적립하고 평균 세후 5%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매년 2% 인플레이션을 적용해도 60세 은퇴 시에 월 약 121만 원을 쓸 수 있다. 국민연금 97만 원과 더하면 벌써 218만 원을 확보한 것이고, 퇴직연금도 별도이다. (연금 소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다.)
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아직 공부조차 제대로 못 해봤지만, 임장 하러 다니고 경매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자신이 없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는 현금 흐름과 환금성을 위해 주식에 더 투자하고 싶다. 다만, 실거주 한 채는 꼭 있어야 하지 않나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노후 생활비 300만 원을 국민연금, 미국 주식 배당금, 연금저축 배당금 인출이라는 현금 흐름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모두가 상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미래를 준비하는 여러분과 내가 돌이켜 보면 참 투자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는 노후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올해는 무지성 월드컵 투자에 동참하려 한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도 일단 돈은 모이는 2023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와 여러분은 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IN3qqz8KT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