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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여름, 남쪽 길 위에서 #2

달리며 열고, 웃음으로 채우고, 소소하게 마무리

by 꿀아빠

아침은 러닝으로 시작됐다.
여행을 와도 빠지지 않는 루틴, 새만금 방조제 위 달리기였다.

(여행 중 한번만 뛰어도 런닝 한걸로ㅎㅎ)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개운했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벌써 3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습관이기에,
이제는 여행지의 러닝도 당연한 일처럼 자리 잡았다.

방조제는 달리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길이다.
바다와 하늘이 양옆으로 펼쳐져 있고,
그 한가운데를 내 발자국 소리만이 채운다.
도시에서의 러닝이 일상 속 리셋이라면,
여행지에서의 러닝은 새로운 기억을 새겨 넣는 순간 같았다. 오늘 하루가 어떤 모습으로 채워질지,
그 감각을 미리 맛보는 시간이었다.




워터파크에 도착했을 때는 개장 시간 직후였다.
우리가 1번으로 입장했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마치 전세를 낸 듯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이미 물로 뛰어들었다.
줄 설 필요도 없고, 기다림도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의 에너지는 곧장 폭발했다.

첫째와 둘째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2년 전에는 무엇을 해도 신나하던 첫째가
이제는 조금은 시시해하는 눈빛을 보였다.
성장하면서 즐거움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반면 둘째는 키가 자라 예전에는 못 탔던 슬라이드를
이제는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하루 종일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그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워터파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어릴 적 부모님도 이런 곳을 즐기시지 않았고,
자연스레 나도 20살이 넘어서는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사실 사람 많은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캐리비안 베이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최고의 무대였다.
내가 즐기지 않던 공간도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실감했다.


아이들과 온힘을 다해 놀았다.
슬라이드, 유수풀을 오가며
“한 번 더!”를 수십 번은 들었던 것 같다.
체력은 금세 바닥났지만,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마다

힘이 다시 났다.
그게 부모가 얻는 또 다른 에너지겠다.

저녁은 숙소근처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배부름을 잠재울겸 격포해수욕장을 산책하고 들어와서는
아이들이 피곤해 금세 잠들기를 바랬으나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조용히
소박한 안주에 술 한 잔을 나누며
오늘 하루를 조용히 정리하고 싶었으나 지금 글 쓰는

이 순간에도 시끌벅적하다 ^^


이렇게 둘째 날이 마무리됐다.
아침에는 달리기로 몸을 깨우고,
낮에는 아이들과 전력으로 뛰어놀고,
저녁에는 부부만의 소소한 시간을 가졌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가족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루가 채워졌다.
짧은 휴가의 두 번째 날도 그렇게 충분했다.



※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기반으로

적어내려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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