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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여름, 남쪽 길 위에서 #3

다시 본 풍경, 새로운 경험, 그리고 밤의 불멍

by 꿀아빠


오늘은 고창 상하농원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이동하기 전, 첫째의 요청으로 채석강에 다시 들렀다.
처음 와본 곳은 아니지만, 끝까지 둘러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침 9시 무렵, 하늘은 맑고 햇살은 적당했다.
겹겹이 쌓인 절벽과 푸른 바다가 함께 만든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나라의 채석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인 이태백이 이런 절경 앞에서 술잔을 내려놓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물론 그러다 달그림자 쫓아 운명을 달...)
겹겹이 포개진 절벽이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조선시대 문인들도 이곳을 찾아 시를 남겼다 한다.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풍경이라면 누구라도 절로 술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오늘은 하늘이 도와준 날이었다.
햇살은 지나치게 강하지 않았고, 구름은 적당히

흩어져 있었다.
덕분에 사진마다 풍경이 살아났고,
아이들과 찍은 사진도 배경이 주인공처럼 빛났다.
‘인생샷’을 여럿 남긴 건 분명 하늘 덕분이었다.
첫째의 한마디가 없었다면 놓칠 뻔한 장면이었기에,
결국 다시 찾은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채석강을 뒤로하고 차는 고창으로 향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과 곧게 뻗은 도로가 이어졌다.
낯선 풍경이었지만 마치 외국의 어느 장면을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맑게 개인 하늘이 그 인상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상하농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푸른 하늘과 넓은 공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유난히 좋아하지만,
이곳에 직접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농원 안에는 동물들로 가득하다.
소, 돼지, 양, 염소, 당나귀, 닭, 토끼까지 셀 수 없이 많았으며,
아이들은 먹이를 주며 가까이 다가갔고,
그 순간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넓은 평원 같은 공간에서는 두 아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자유를 만끽하며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저녁은 준비해 온 바베큐다.
고기와 술을 넉넉히 사 와 직접 구워 먹으니
그 자체로 여행의 맛이 되었다.
아이들도 들떠서 고기가 익는 모습을 지켜보고,
식탁 위에는 단순함 대신 웃음이 가득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불멍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로라 가루를 뿌리자 불빛이 반짝이며 색이 변했고,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낮의 활기가 밤의 기대와 환호로 이어졌고,
밤은 그렇게 천천히 깊어졌다.

글램핑의 불편함도 있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떨어져 있어 번거로웠다.
나는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더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불편함마저 기억의 일부가 되는 것이 여행이기도 했다.

아침에는 다시 본 절경이 있었고,
낮에는 신선한 우유와 아이스크림, 동물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저녁에는 바베큐와 불빛이 하루를 채워주었다.
돌아보니, 이 하루는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다.



※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기반으로

적어 내려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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