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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Jan 31. 2021

괜찮아! 언제는 또 바닥 아니었니?

바닥에서 힘겹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버티지 말길 다짐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몸이 좋지 않아 2달간의 휴식기간을 가졌다. 1.5달은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었고, 0.5달은 컨디션 회복과 뭔가의 집중할 것을 찾으려고 블로그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져 잠시 바람도 쐬고 왔다.


항상 많은 계약들이 내 앞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복귀를 하게 되면서, 내가 쌓아오고 쌓고 싶은 커리어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아직은 회사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연구해야 할 것도 있는 상황에서 섭섭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집'이 아니라 '회사'였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잠시 나를 이렇게 만든 계급상 위에 있지만 인성은 바닥일지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지키지 못한 것들도 있기에 상황을 받아들여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언제는 또 바닥이 아니었나?'라는 미화된 생각이 아닌 냉정한 과거의 현실들을 다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더 이상 회사에서 기대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속상하긴 하지만, 어린 마음에 올라갈 때는 '위'만 바라봤고, '바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비로소 바닥에 와보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 이보다 더 나아질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라며 다시 정신승리를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잘한 일은 나 자신이 더 망가지기 전에 나의 상황에서 버티지 못하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최근 한 블로그에 하나의 글을 읽었는데 정말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버티는 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더 이상 버티는 게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얼른 손절이 답이다. 버틸 수 있는 끈기도 중요하지만, 필요시 끊어 낼 수 있는 용기와 판단력도 중요하다. 이건 루저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나를 지켜내는 일이다.


사실 내가 더 버텼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진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많이 회복한 나를 보며 상황이 더 길어졌다면 회복기간이 더 더뎌졌을 생각이 든다. 아닌 건 아니었고, 나아질 수 없는 것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잘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지인들 중에 공감능력이 우수한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는 내 이야기를 주로 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갈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사람의 상황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본인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구분되었다. 다시 말하면 서로 공감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에너지를 전부 뺏기는 사람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이 생각하는 나'를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이 사람'도 고민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을 알고 나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최대한 공감하려고 노력을 시도하는 나를 보며, 이번 일을 겪지 않았다면 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도를 한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게 된 것도 있다. 친구들과 다르게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손해가 연관이 되면 매우 냉정하게 본인에게 피해가 절대 가지 않게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만났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정이 유독 많았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앞으론 괜한 기대를 말아야 하고 내정하게 봐야 할 것을 배웠다. 괜히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들을 오히려 경계하는 게 덜 피곤하다는 것, 그리고 나도 괜한 오지랖을 부리지 말아야 한 다는 것 역시도. 적다보니 많아졌지만 상황에 예민함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일지도.


아무튼 내일부터 바닥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고, 바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해야 한다. 단기간으로 봤을 때는 데미지가 너무 큰 상황임은 부정하진 않지만, 장기간으로 보았을 때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볼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꿈과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사실 이 상황에서 더 내려갈 바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오력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영혼을 갉아먹는 생각이 든다면 버티진 않을 것을 다짐한다.


구구절절 이렇게 글 쓰는 이유는...

꿈자리가 사나워 이 글이라도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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