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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Mar 26. 2021

코로나 시대에 '강의'란 걸 처음으로 해보다

무관중 카메라 앞에서의 나의 어색함

인생 처음으로 코로나 시대에 강의란 걸 해봤다.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피티 하거나 발표하는 걸 즐기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는데,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는 일은 거의 없어지고 '듣는 일'만 많아졌다. 만약 기회가 있어도 주로 사업내용을 공유하거나, 나의 경험을 위주로 발표를 진행하였고 이는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강의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내가 누굴 알려줄 만한 위치나 실력이 되는가에 대해서 큰 의문이 들었고, 이는 부담감으로 이어져 스트레스가 심해지곤 했다.


강의를 잘하는 선수들에게 30분의 강의시간은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처음부터 하나씩 채워나가야 하는 과정이라 쉽지는 않았다. 처음 제안을 받고 거의 한 달 동안은 머릿속에 맴도는 '진도는 나가지 않지만, 생각은 계속하고 있는' 그런 비효율적인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남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커졌고, 어떻게든 잘하고 싶었지만 사실 잘 되진 않았다. 그래도 주제에 대해서 처음부터 차근히 공부를 하고 콘텐츠를 쌓아갔고, 다행히 논문 주제와도 연관이 있어서 오히려 효과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는 만큼 딜리버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더 많이 본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이야기하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비록 스크립트를 읽는 수준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도 알 수 없었고 너무 일방향적으로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느낌을 스스로 받으며 뭔가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원래 피티를 진행할 때 장표를 거의 보지 않고 청중을 보며 진행하는 스타일인데 카메라 시선을 놓치면 안 되고, 장표나 스크립트만 보며 이야기하는 건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힘이 들었다. 거의 한 시간 정도 촬영을 진행했는데,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려 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왔다.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지만, 다시 찍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었다. 이 정도면 괜찮게 한 건 같은데라는 '자기 합리화'가 시작되기도 했고, 다시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무튼, 항상 맘에 걸려있던 일을 오늘 어떻게든 끝내버렸다. 그리고, 집에 와서 긴장이 풀려서 곯아떨어지고 일어났더니 하루가 이미 가버렸다. 더 이상 이 과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좋지 않은 강의평이 나올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나에게 박수를 주고 싶고, 다음부터는 남의 강의를 정말 허투루 듣지 말아야겠다는 엄청난 다짐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의 강의나 발표도 연습이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부족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분 좋은 도전이었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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