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K 일반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ewist Sep 18. 2021

프로필 사진이라는 걸 찍다.

오랜만에 웃는 나의 얼굴을 만났다.

살이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내 핸드폰에는 셀카도 사라졌다. 더군다나 여행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사진첩에 내 얼굴 자체를 찾기 어려워졌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사진기가 주요 기능이었던 스마트폰이 어느샌가 유튜브 플레이어(?)가 된 건지도 모르겠고,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내 스마트폰은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얼굴을 보라고 있는 거울 역시도 거의 보지 않고 지내고 있는 요즘이다.


올해는 청년의 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데, 의외로 청년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들이 많다. 공부할 시간이 될 때마다 가는 곳도 청년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인데 알찬 프로그램들이 제법 있는데, 우연찮게 게시판을 봤다가 프로필 사진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0여 년 전에 찍은 현재와 다른 모습의 증명사진의 괴리에 대한 업데이트의 목적도 있었지만, 링크드인에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는 프로필 사진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뭔가 이 사진이 좋은 기운을 불러일으켜 줄 것 같다는 희망도 있었다.


별생각 없이 신청을 했는데, 결국은 대상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난생처음 기초 메이크업을 받아 보았고, 전문 사진사가 나를 위해 셔터를 눌러주었다. 사진을 찍는 시간 동안 환하게 웃는 나의 모습과 사뭇 진지해 보이는 나의 얼굴들을 만났다. 안경을 써보기도 했고, 벗어보기도 했고 뭔가 딱딱한 증명사진이 아니라서 그런지 부담도 없었고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좋은 표정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사진사 분들에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사실 이번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스스로 성찰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사진사 분이 '평소에 잘 웃지요?'라는 질문을 나에게 했는데, '회사에서는 안 웃어요'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나왔다. '왜요?'라는 재질문에 '웃을 일이 없어요'라고 또 대답했다. 속으로는 웃을 일이 많았을 텐데 내가 웃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웃어야 복이 온다는데...


뭔가 내 얼굴을 보는 것 조차가 어색한 일이 된 것은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웃고 있는 내 모습은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 속의 나의 모습처럼 억지로라도 웃을 수 있는 힘을 기르기로 다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