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_기회는 덜 간절할 때 찾아왔고, 간절할 때 떠났다

예상치 못하게 인터뷰의 기회,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취소된 채용

by 아비장전

아프리카 개발은행 컨설턴트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경험하지 못한 상황들에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타임라인 별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원 (2024년 3월 29일)

퇴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AfDB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일이었다. 보고서를 보려고 접속하는 건 아니고, '컨설턴트' 카테고리로 들어가 어떤 채용 공고가 떴는지를 확인하곤 했다.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어 보이면 바로 지원서를 준비했다. 주로 커버레터, CV, 포트폴리오 정도를 제출하기 때문에 기존 자료를 수정해 빠르게 지원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컨설턴트 모집 공고를 봤지만, ‘이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공고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지원한 포지션은 왠지 인터뷰까지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들었다.


서류 합격 (2024년 10월 9일)

공고에서 제시한 업무 시작일은 5월 중순으로 기억한다. 은행 측에서 공고한 기한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처럼 야근을 하던 날 갑자기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메일이 왔다. 약 6개월 전 지원했던 컨설턴트 포지션의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변경된 업무 시작 일정에도 근무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가능하다고 답하면 인터뷰 초청 레터를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새로운 업무를 막 시작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해당 업무를 잘 발전시켜 주요 레퍼런스로 삼은 뒤에 다시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도전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결혼도 하고 싶었고... 떨어진 줄 알았던 상황에서, 그리고 엄청나게 간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메일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인터뷰를 보는 것 자체도 큰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사실 기회가 된다면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바로 인터뷰를 보겠다고 답변했다.


숏리스트, 그리고 인터뷰 초청 레터 (2024년 10월 17일)

메일을 보낸 지 약 일주일 후, 인터뷰 초청 레터를 받았다. 레터에는 총 6명의 후보자가 있다는 내용과 함께 면접 시간 및 온라인 인터뷰 링크가 안내되어 있었다. 인터뷰까지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고, 준비 방법을 몰라 주위의 국제기구 근무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귀중한 자료들을 받을 수 있었고, 나만의 방식으로 인터뷰를 준비해 나갔다. 주로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웨비나 영상, 공식 출간물, 기사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해당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컨택해 정보를 얻기도 했다.


인터뷰 (2024년 10월 24일)

인터뷰는 ZOOM을 통해 약 35분간 진행되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4명 정도의 면접관이 있었고, 주로 업무와 관련된 질문들이 오갔다. 예를 들어, 해당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본인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모니터링과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가장 중요한 섹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프리카 거주 경험과 불어 가능 여부도 물어보았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고, 나도 내 답변이 이상하다고 느끼며 말한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왜 인지 모르겠지만, 잘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희망 연봉 및 레퍼런스 전달 (2024년 10월 28일)

인터뷰 이후, 희망 연봉과 레퍼런스를 제출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희망 연봉은 월 기준의 USD로 작성했고, 레퍼런스는 직장 상사, 교수님, 관련 업무 경험자를 포함해 2~3인을 선정해 전달했다. 면접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혹시나 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매달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채용 공고 관련, 프로세스가 끝났는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는지를 문의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정확한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혹시나 코트디부아르로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이 들어오는 소개팅도 거절했고, 업무 집중도도 조금 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오히려 더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대한 간절함은 더 커진 것 같다.


그렇게 3달이 흘렀다.



결과 발표 대신, 채용 취소 (2025년 1월 28일)

인터뷰와 희망 연봉, 레퍼런스를 제출한 지 정확히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업데이트 메일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상황을 문의했던 터라 관련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었는데,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었고, 올해 2월쯤 다시 공고가 올라올 예정이니 관심이 있으면 다시 지원하라는 내용이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메일을 받고 아쉬움은 남았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마음먹었다.


결론적으로, 채용 공고 확인부터 지원, 인터뷰, 그리고 채용 취소 업데이트까지 그 어떤 과정도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국제기구의 컨설턴트 채용은 그래도 빠른 편이라고 들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꿈인 아프리카 개발은행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것, 그리고 다음번에는 어떻게 준비하고 접근해야 할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기에 의미가 있었던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좌) 녹색타이 (우)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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