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정착한 동네에서 이웃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
한국에서 살 때는 우리 동네가 좋은지 잘 몰랐다. 하지만 작년부터 야외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동네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특히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생기고, 함께 교류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코로나 이후 거의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던 나에게, 단순히 같은 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적 교류가 생긴다는 사실은 동네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코트디부아르에 오기 전에는 동네에서 아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출국 전 러닝 크루나 현지인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찾아봤지만 마땅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상 아비장에 와보니 뛰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헬스장도 거리가 있어 한국처럼 운동을 매개로 교류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가야 하나, 아니면 새로운 커뮤니티 기반의 운동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동네에서 아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 인연은 아비장에 도착한 지 10일 정도 되었을 때였다. 출근을 막 시작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올라와 아침마다 주택가를 3km 정도 뛰었는데, 며칠 동안 같은 시간대에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다. 몇 번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다가 그가 먼저 함께 뛰자고 제안했고, 왓츠앱도 교환했다. 다음 날 실제로 함께 뛰었고, 그 후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같이 아침을 러닝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친구는 독일에서 공부하고 창업을 하다가 아프리카 시장 확장을 위해 코트디부아르에 온 창업가였다. 타지에서 생활하며 함께 운동하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이 무척 반가웠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또 다른 인연은 한국인 사업가 부부이다. 내가 살게 된 지역을 구글맵에서 찾아보던 중 근처에 한국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교는 없지만, 예전에 덴마크 정착 초기 교회에 나가며 한국인들과 교류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궁금한 마음으로 방문했다. 그곳에서 아비장에 오래 거주한 사업가 부부를 만났고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조깅 중에도 가끔 마주쳤는데, 어느 날 저녁 초대를 받아 한국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20년 넘게 아비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온 분들이 들려준 각종 생활 팁은 은행에서의 각오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근처에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또한 한국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소개로 집 근처에 사는 코트디부아르 가족을 알게 되었다. 사실 타지에서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일은 외국인과 어울리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늘 도움을 주는 동료들과는 잘 지내고 있었지만, 그 외에도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다. 다행히 여러모로 지식을 나누어 주는 동료 덕분에 그 가족을 소개받아 연락을 이어가게 되었고, 최근에는 집에 초대받아 함께 식사할 기회도 있었다.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여전히 커리어를 확장하며 현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동시에 스스로 나약했던 생각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직업적으로나 생활적으로 현지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게 다가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흐름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래서 ‘나 예전에 여기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 열정이 줄어든 건 아닐까?’ 하는 경각심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생기고, 의지가 되는 인연이 생겼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흐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