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순간을 즐기자.
거창하게 제목을 달았지만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나를 위해 오늘도 적는다.
몇 달간 마구 쏟아낸 생각의 큰 틀은,
- 영화 예술과 산업
- 페미니즘과 가부장 사회
- 권위주의와 자발적 복종
- 시스템에서 벗어난 밥벌이
- 지속 가능한 소비
카테고리만 나눴는데도 지금도 다 읽지 않은 두꺼운 전공서적 목차들이 떠오른다.
무언가 의미 있는 걸 하지 못하면 안 되는 병이라도 걸렸나 보다.
거창한 단어 뒤에 기대어 글을 다듬어 가다 보니 처음에 글을 쓰겠다던 동기마저 흐려지고 있었다.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울어진 세계로 인해 남성들 또한 오해와 편견으로 살아온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할 것 같다.
나의 기록이 무엇을 향한 고발이 아니라 개인이 겪은 미시사의 일부가 되자.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자부심과 허영으로 움직이는 감정적인 인간이다.
완벽하게 쓰려 애쓰지 말자.
그럴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내가 써낸 글 이상의 수준의 사람이 아님을 인정하자.
글의 방향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울분에 빠지지 말자.
생각의 변화에 따라 다시 수정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인생의 모든 것들이 이 과정을 거친다.
그러니 글을 쓰는 순간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