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환경 속 개인은 자신의 생존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할 수밖에
직장은 언제나 여러 얼굴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을 조절하고, 말을 선택하고, 때로는 자신의 본심을 숨깁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면”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가면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예의와 매너를 위해 혹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면이 필수이고, 메인이 되어가는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사실, 가면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특성이 아닙니다. 'Giver·Matcher·Taker'가 뒤섞여 만들어진 조직 생태계의 환경적 구조에서 생존하기 위한 행동 전략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개인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한 가면 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 동료를 평가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 중입니다
직장인은 늘 평가받습니다. 성과, 태도, 협업, 가능성 등등.
그중에 평가는 조직 나의 생존 또는 그 수준과 직접 연결됩니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고, 내 주변에게 어떤 평가를 하는가에 따라 조직 및 구성원을 대하는 나의 태도(긍정적/부정적)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이익(생존)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기보다 “보여야 하는 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면은 약점이 아니라,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 구성원 모두가 가면을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 직장을 선택한 목적 및 이유가 '특별히 지금의 일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가장 할 수 있고, 이 자리에 앉고 싶으며, 다른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렵게 앉게 된 자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오랫동안 지키고 싶다는 생각도 한몫합니다. 그러니까, 가면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해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 찾아옵니다.
업무를 하는 와중에 새로운 시도는 실패 가능성을 동반합니다. 이때 실패의 책임은 개인에게 명확히 부여되지만, 가치 창출의 이익과 그에 따른 보상은 조직 전체로 확산됩니다. 쉽게 말해 조직 내 개인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이 '구조적으로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불균형,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현실적 결과로 도전이 줄어들고, 방어가 늘어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전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업무 추진, 기존의 업무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는 등의 내적 성장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조직에서 협업(Collaboration)은 필수이자 핵심입니다. 조직 내 혹은 외부의 다른 파트너와의 협업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일반적 형태'입니다. 함께 일해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새로운 목표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스스로 불편함을 떠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협업은 언제나 (오해와 갈등에 의한) 감정 조절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에 의한 감정 조절 경험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숨기고 역할로 일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평소에 적극적 태도를 보였던 이가 반대로 소극적, 비판적으로 바뀌게 되면 바로 가면 노동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인의 위치에서 '멈추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하는 이들이 매우 많습니다. 좋게 말하면,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나쁘게 표현하면, 영혼 없이 '시키는 일을 시키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주관은 없고, 조직의 요구 및 기대 수준에 최대한 수용하고 그대로를 출력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때 스트레스로 인해 그만둘까를 잠시 고민하기도 하지만, 다음날, 다음 주, 다음 달 출근으로 이어지며 경력을 쌓아갑니다. 문제는 이렇게 쌓은 경력이 초반에 빠른 적응과 해당 조직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다음에는 (실력 및 성과) 성장이 정체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도, 조직도 서로가 서로에게 계륵 같은 존재이자 관계로 발전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사람들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즉각적인 것은 “생존”입니다.
생존이 우선되면, 일하는 방식은 다음처럼 변합니다.
문제 해결보다 문제 회피
실험보다 안전한 선택
주도성보다 평판 관리
가치 창출보다 기대 충족
이 모든 변화는 개인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조직이 만든 환경적 구조에 대한 개인 차원의 합리적 대응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단, 그 한계는 분명합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면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몇몇의 중요한 목표 및 업무를 제외하고,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더욱 안전하게 안정을 추구하게 됩니다.
게다가 생존 지향을 유발하는 구성원들의 행태도 한몫합니다.
[Giver·Matcher·Taker: 조직을 구성하는 세 가지 행동 원형]
사람들은 조직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며, 이를 보면 각자가 일을 하는 과정 중에 얻고자 하는 것이 드러납니다. 저는 이 유형을 “성향”이 아닌 “전략”으로 바라봅니다. 생존 그 자체, 또는 자신이 추구하는 생존 수준 향상을 위해 주변과 조직을 적극 거래하고 이용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보이는 행동을 토대로 유형만 구분될 뿐, 예외는 없습니다.
아래의 세 유형은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 인센티브를 대하는 개인별 태도이자 전략입니다.
✔ Giver — 가치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도움을 베풀고, 문제를 해결하며, 조직 전체의 레벨을 올리는 사람. 그러나 보호받지 못하면 쉽게 소진됩니다.
✔ Matcher — 균형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주며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합니다. 조직의 다수는 Matcher입니다.
✔ Taker —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입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조직 신뢰를 훼손하면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약화시킵니다.
우리의 성장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 생태계 및 구조에서 찾아야 합니다.
가령 어떤 조직은 Giver가 소진되는 환경을 만듭니다. 소진된 Giver는 번아웃, 매너리즘, 슬럼프 등을 느끼며 조직을 떠납니다. 어떤 조직은 Taker가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Taker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또는, Matcher로 시작한 사람이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도 자주 일어납니다. 결국 나만 빼고 모두가 Taker라고 생각하며, 손해 보기 싫은 마음에 Matcher의 모습보다는 나도 Taker로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조직이 만든 환경, 분위기,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구조가 되면서, 누군가(리더 포함)의 의지와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어떤 행동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알려줍니다.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해야 하는 최소-최대한의 것을 조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줄기차게 말하는 일하는 방식의 본질은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사업 및 조직의 성장을 위해 이루어져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의 일이 예상치 않게 늘어나는 것과, 예상 밖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을 경계하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이러한 인식이 있습니다. 그 인식이 서로의 일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말입니다.
스스로를 Entrepreneur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가면 노동 그리고 생존 중심 노동이
'당연하게 작동하는 조직'에서는
Entrepreneurship은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창업가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생각과 태도, 생활양식 등이 'Entrepreneurship'이라는 말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주도적, 자발적, 능동적, 창의적, 적극적 등등의 우리가 말하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태도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렇지만, 조직 문화와 이를 만든 환경적 요소가 구조적으로 열악하고 쉽게 바뀌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면, 극단적 방법을 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Entrepreneurship이 작동하려면
최소한 아래 4가지는 만들어져야 합니다.
실패가 경력의 오점이 되지 않는 구조
누군가의 실패는 반대로 누군가의 성공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실패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올바른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분위기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만들어져야만 구성원은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고, 이로써 사업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변화와 혁신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리스크를 분산하는 시스템
특정한 목표 및 업무를 담당하는 개인이 일의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지 책임져야 하는 모습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은 감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공동 책임제'를 주창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책임에 의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합니다.
Giver가 소진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는 성공 또는 실패로만 나눠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도가 사업에 주려고 했던 가치와 의미도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과정도 함께 담아보고, 그 시도가 조직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연속되어 결국에 원하는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올바른 피드백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Taker 행동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지는 설계
특정인 누군가를 Taker로 낙점할 수는 없지만 각자가 하는 일을 두고, 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는 계획 그리고 그 실행을 두고 짜임새 있는 평가를 하게 되면, '일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하는 몇몇의 직무와 업무를 제외'하고 Taker적 성향을 가진 이들을 가려내고, 그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내려줄 수 있습니다.
가면 노동은 사업상 약점 또는 개인의 취약점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조직이 갖춘 환경과 구조의 부정적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각 개인에게 가면 노동(가짜의 진정성)을 하지 마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말을 하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이도 어쩌면 리더라는 가면을 쓰고, 리더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면 뒤에 숨지 않아도 되는 일하는 방식을 만들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로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또는 각자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어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Entrepreneurship이 발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Entrepreneurship은 소수의 특수한 사람이 갖는 재능이 아니라, 구조가 허용할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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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7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