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ㆍ잘ㆍ알과 일ㆍ잘ㆍ못의 작은 차이
우리가 일을 대하는 철학과 실제 현장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상당 부분 차이가 난다. 특히 남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식의 보이지 않는 규범과 문화에 사로 잡혀 잘못된 판단을 일상뿐 아니라, 일에도 유사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면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친다. 기존의 성 역할에 사로잡혀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정해졌다고 생각하고, '하던 데로' 혹은 '남들이 바라거나 기대하는 데로' 하면서 그렇게 일한다. 가끔은 남자가 여자처럼, 여자가 남자처럼 생각하면서 일하는 것도 필요한데 말이다.
일 잘하는 여자
일 못하는 남자
본의 아니게 '성(역할)의 구분 혹은 차별'이라는 것은 사회 소에서 알게 모르게 경험한다. 남자기 때문에 혹은 여자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해야 하고, 이런 류의 직업 또는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말이다. 문제는 그런 것이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잘 모르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으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그런 류(?)의 일을 성별에 맞게 주어지거나 스스로 선택하기도 한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남자에게 '파란색', 여자에게 '분홍색'을 입히는 것과 유사하다. 이전 세대 또는 우리 선배가 물려준 고정관념은 일하는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때로는 개인 및 팀의 성과를 제단 한다.
여기 일 잘하는 A(여성)가 있다. 정확히는 매번 인사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 해왔다. 하지만, 그녀도 고충은 있다. 일을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이다. 동료보다는 그저 사회가 바라본 평범한 '여성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가끔은 불편하다. 극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남자로 태어났음 이런 불편함은 겪지 않겠지...라는 가끔 하는 푸념이었다. 그러다 팀장 및 직책자 승진을 앞두고 여러 차례 물을 먹으며 생각을 고쳤다. '유리 천장'이라고 말이다.
또 다른 일 못하는 B(남성)이 있다. 그는 남들에게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어본 일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평범' 또는 '보통' 그 자체이다. 늘 B 이상을 고수하면서 그렇게 크게 뒤처지지 않았음에도 "남자니까 더 잘해야지..."라는 이야기를 팀장님과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버티면서 팀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가 불편하다. 스스로 책임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과거에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A와 B는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A는 자신이 조직에서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단순 불만이었던 것이 곧 조직의 불신으로 번질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B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해오다가 연차가 쌓이면서 본의 아니게 직책자가 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냥 순번에 의해 맡은 팀장인데 이렇게 까지 책임이 막중할지 미처 몰랐다.
과연 우리는 어떤 이와 일하고 싶어 할까, 어떤 입장인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동료라면 B와 일할 것이고, 직장 상사라면 A와 일할 것 같다. 비슷한 레벨이라면, B와 같은 사람과는 굳이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함께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상생의 구도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A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불만사항만 해결해줄 수 있는 위치에서 A를 지원할 수 있으면 회사와 팀 등을 위해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nudge가 통하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인정에 목이 마른 사람이다. 당연히 함께 일하면서 그녀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상생의 구도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위와 같이 '일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그 이외의 것이 개입하면서 합리적 판단을 방해한다. 우리 사회가 지켜온 성 역할, 조직에서 계속 있어왔던 관행과 같은 것, 내가 지금까지 일을 통해 겪어온 다양한 이들과 그들이 보여준 일을 통해 보여준 모습 등이 '선택 또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
약간의 억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의 윗자리는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충분히 잘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많은 조직 속에 수많은 리더들이 자신들을 'Leader'라고 착각하고, 현실에서는 Boss처럼 행동하는 것을 많은 기업에서 경험했고, 많은 이들이 전해주었다. 이른바 '갑질'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다.
물론 '남자가 그랬다'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Peter's Principle에 근거하여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무능력함을 드러냈다고 믿고 싶다. 지금 자리에 안주하던지, 아님 무능력이든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더 많은 무능력함을 양성해낸다는 것이 문제이다. 고집불통에 누구의 말도 잘 듣지 않으며, 그저 자신보다 강하거나 높은 사람의 말에만 열심히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단지 이런 부분이 '남자들이 보이는 모습'에 가깝고 그들끼리 군집을 이루어 그 외의 것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을 해야 하는데, 사내 정치에 몰입, 나보다 일 잘하는 이들을 물리치고 그들을 어떻게 해서든 잘 구워삶아서 자신의 밑에서 두고 일하게 만들거나, 혹은 내쫓거나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 말이다.
일ㆍ잘ㆍ알 vs 일ㆍ잘ㆍ못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일의 3 요소>
어찌 됐든 남자든 여자든 그저 조직 안에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평가는 나중 문제이고, 평소에 얼마나 치열하게 일 그 자체를 잘 관리하면서 임하는가에 따라 일ㆍ잘ㆍ알과 일ㆍ잘ㆍ못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 또한 모호하다. 이를 위해 일 3 요소를 가지고 왔다. 구조 / 과정 / 목적 및 목표이다.
일의 '목적과 목표'에 집중하는 것
일ㆍ잘ㆍ알은 일의 목적과 목표를 남들에 비해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다. 늘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든지 그래서 일관성이 있다. 무엇이 비결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간혹 일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기도 하고, 일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가장 큰 성취를 두기도 하며, 목적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일에는 자신의 노력을 쏟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인다. 이른바 자신이 확신하는 곳에만 힘을 주는 타입이다. 그들은 스스로 일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일만 본다. 그저 일만 말이다.
일의 '과정'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일ㆍ잘ㆍ알은 일을 맡으면서부터 일의 과정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 속에서 나 그리고 연결된 많은 이들이 어떤 활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물론 생각대로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하게 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른바 '될 때까지'라는 전략을 통해 매번 다른 방법으로 최적의 과정을 찾고, 이를 고도화시키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실패라고 인지하지 않고, '시행착오'라고 한다. 일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믿는다.
일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는 것
이렇게 정리된 목적 및 목표, 과정은 조직을 만나면서 '구조(또는 시스템)'이 된다. 당연히 모든 일은 혼자 할 수 없기에 더 심도 깊고 규모 있는 일을 위해서 역할과 책임을 서로 나누고 함께 같은 목적을 향하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당연히 그 과정 속에 지금까지 겪어 왔던 다른 문제들이 봉착하기 시작한다. 내가 했던 일을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면서 나타나는 완성도의 문제부터, 새롭게 접하게 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점차 구조가 단단해지고, 시스템 자체가 공고해진다.
스스로를 일ㆍ잘ㆍ못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어느 정도는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분명 인정은 남으로부터 받는 것임에도 스스로도 남에게도 인정하거나 받을 수 있는 부분은 극소수다. 문제는 그런 이들이 조직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 스스로가 능력이 있다고 하는 착각으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일ㆍ잘ㆍ알들의 #워 라벨이 일ㆍ잘ㆍ못에 비해 훌륭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일을 오히려 제대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삶이 최대한 침해받지 않을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 야근하고, 일의 완성도를 위해 때로는 희생하고, 협력하면서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들은 일에 의해 지배받기보다는 오히려 일을 관리하면서 자신의 삶 또한 함께 영위한다.
결론적으로 일만 잘하면 된다. 여자든 남자든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일의 판단을 '객관적 기준'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내 마음, 그 간의 경험을 통틀어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대해 확신한다. 그렇게 우리는 '일 또는 일을 잘한다'라는 판단 기준을 대부분 다르게 가지게 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를 모두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조직과 개인의 붕괴가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번 돌아보자. 각자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구조, 과정, 목적 및 목표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함께 목적 및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과도 함께 나누면서 비교해보자. 그러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누가 더 '일'을 잘할까, 이는 누구도 100% 확신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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