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조 Nov 03. 2024

사랑의 위로

자신을 위한 위로

적당히 따뜻한 봄바람이 어딘지 모를 곳으로부터 불어와 뺨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이내 봄바람이 코를 스치면 어렴풋한 꽃향기가 실려있음을 느낀다. 나는 봄바람이 내게만 찾아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봄바람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며 세상을 가득 채운다. 꽃향기가 주를 이룬 봄내음도 온 세상에 가득하다. 어느새 봄이 찾아온 것일까? 봄바람과 꽃향기에 기분이 좋다. 그 와중에 온화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나를 감싸고 세상을 온기로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의 순간을 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게 완벽한 봄기운과 닮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어떤 뜨거운 기운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후각 기관이 꽃향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예민하게 좇는 것처럼 온몸의 감각 기관이 사랑을 느끼기 위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어코 느껴진 사랑의 감각이 구석구석 온몸에 퍼진다. 봄 햇살이 내려앉은 잔디밭의 포근하고 따뜻한 봄기운처럼 사랑의 감각이 퍼진 온몸에도 사랑은 온기를 더하며 우리를 감싼다. 아, 이토록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또 있을까 감탄한다. 사랑의 축복으로 인해 그저 생명으로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여 마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쏟는다.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기쁨을 안겨주는 대상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 눈을 뜨고 사랑하는 존재가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아침 인사를 나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두근거림이 온몸으로 천천히 퍼지며 온기 넘치는 햇살과 바람이 포근하게 땅을 보듬어 싹을 틔우듯 앞으로 일어날 힘들고 고된 일도 견뎌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러낸다. 다정한 말과 몸짓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기꺼이 상대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마음가짐이다. 대가 없는 호의를 스스럼없이 베풀 수 있는 것이 사랑이고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은 우리 삶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평생 고독을 즐기며 혼자로 외롭고 싶지 않다.


사랑의 경험을 통해 행복했던 사람은 사랑의 주기가 끝나는 고통을 겪고도 다시 사랑을 찾는다. 사랑의 소멸로 찾아오는 고통이 비록 뼈아프지만 사랑이 스며들어 느낀 행복에 비할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인생의 큰 결심을 하게 되는 사랑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랑, 놓치면 평생 후회로 기억될 것 같은 사랑, 그런 사랑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기로 결심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이런 사랑을 경험하지는 못한다. 다만 자신의 사랑이 지금까지 경험한 사랑과 비교하여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고 또 거기에 만족스러운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실제로 그 사랑이 운명과도 같은 가슴 떨리는 사랑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의 가치를 나의 생각으로 나누는 것은 우리 모두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시간이 흘러 자신의 착각임을 깨닫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기에 어렵다.


사랑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 삶의 위로. 고독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나 자신을 위한 위로와 행복.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이다.


사진: UnsplashNathan Dumlao


작가의 이전글 사랑에서 찾아오는 고통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