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곱씹고, 되새기며

아름다운 삶을 위해

by 타조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이미 지나가 버린 날들의 쾌락을 되새기는 것은 그 맛을 다시 곱씹는 일일뿐만 아니라 행복의 모습, 그리움의 기억, 천상의 모습으로 승격한 추억들을 항상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과 따스한 온기,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이 표현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날에 주어지는 선물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픔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억의 한 토막이 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을 앞당기거나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시간의 왜곡은 요원하다. 지나가 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가 현재 통과하고 있는 시간 또한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다.


지나가 버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과는 다르게, 그 시간을 통과하며 쌓은 경험과 기억은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겹겹이 쌓인 기억을 들추면 행복과 그리움, 사랑과 같은 반짝거리고 빛나는 추억뿐 아니라 고뇌와 좌절, 슬픔, 이별과 같은 칙칙하고 어두운 추억도 있다.


온기와 따스한 햇살 같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우리는 삶에 대한 용기를 얻고 행복한 미래의 희망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평소에도 따스한 기운으로 우리 마음을 은은한 온기로 채우고 있는 행복한 기억의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면 우리는 겹겹이 쌓인 여러 기억 속에서 기꺼이 그때의 추억을 건져 올린다. 찬란하게 빛을 내며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기억을 마음에 가득 펼쳐두고 잠시 그때의 감흥에 빠져든다.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청명한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과 지저귀는 새, 기분 좋게 얼굴을 훑는 바람과 마주 잡은 손, 이 모든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낀다. 심지어 비가 내리는 날과 젖은 바지 밑단, 불쾌한 기억조차도 돌이키면 모두 추억의 한 조각이다.


과거의 모든 경험과 기억이 현재의 소중함과 미래의 희망이 된다. 행복과 불행은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모든 일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소중히 다룰 수 있어야 현재와 미래의 삶을 더 충실하고 순수하게 살 수 있다는 헤세의 문장은 영광과 상처에 매몰되어 현재와 미래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위로의 손을 내민다. 그 손은 진실되며 따뜻하고 선하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생명조차 포기하려 했던 사람을 살린다. 따뜻한 글, 포근한 말 한마디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적어도 그런 말을 진심으로 건넬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인생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아닐까 싶다. 지나온 시간에 겹겹이 쌓아 온 경험과 기억을 되짚으며 순수하게 현재를 살고 진심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헤르만헤세2.jpg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7화죽음 앞에서 겸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