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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Nov 26. 2020

이 시국에 제주도를 간다구?

세 아이들의 개학이 연기됐다. 1월에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왔다. 새 교복에 새 운동화와 새 가방도 샀다. 그런데 또 개학이 연기됐다. 올해 초 코로나가 한국에 창궐하기 시작하자 모든 학교는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그때는 온라인 수업은 생각도 못했던 시기다. 새로운 동네에 이사 와서 첫째는 고등학교, 둘째는 중학교에 새로 진학해야 하는데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은 곧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기약 없이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집안에만 갇힌 지 2개월이 지나자 아이들은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 아이들은 편을 바꿔가며 쉬지 않고 싸웠고,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갔다. 신체 활동은 점점 퇴보되어 집 밖으로 운동하러 나가는 것도 싫어했다. 이러다간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 모두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다.


그 무렵 친한 지인이 같은 상황의 아들을 데리고 집에 찾아왔다. 보드 게임도 하고 지난 이야기도 하며 주말을 보냈다. 이 가족은 원래 제주도에 살았다. 프리랜서라서 제주도에 집을 사서 살다가 갑작스러운 일로 육지로 이사를 오게 됐다. 그 제주도 집이 6개월이 넘게 관리도 못하고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다고 했다. 언제든지 가서 청소만 하면 사용할 수 있으니 갈 수 있으면 주저 말고 말하라고 했다.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날 밤 바로 제주도 항공권을 검색했다. 3월쯤만 해도 미지의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국내 여행도 아무도 가지 않을 때였다. 제주도 왕복 티켓이 왕복 3만 원. 이 시국에 제주 여행이 웬 말이라지만, 지인의 집에서 오전에는 각자 공부와 재택근무를 하고, 오후에는 사람 많은 관광지 말고 한적한 오름이랑 해변 산책 정도로 한 주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또 비행기 표를 질러 버렸다. 어차피 사무실도 전면 재택근무 중이니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기간은 딱 일주일. 용인에서의 일상을 그냥 그대로 제주로 옮기는 거다. 가족들에게 여행이 아니라 일상 살기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차를 렌트하고 서귀포로 향했다. 한적한 서귀포 외곽 작은 마을에 작고 예쁜 가정집에 도착하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이 넘게 비어있었기에 집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고 지인은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먼지도 많고, 마당에 잡초도 많은 것이라고 했다. 냉장고 음식들이 통째로 썩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거듭 미안해했다. 그게 뭐가 미안한 일인가? 다섯 식구가 반나절만 청소하면 무료 숙박이 가능한 집 한 채를 통째를 쓸 수 있는데...  그것도 제주도에서 일주일 동안 말이다.


다행히 냉장고 상태는 양호했다.(휴~ 사실 이게 제일 걱정이었다) 마당에서 모든 침구류의 먼지를 털고, 빨고, 일광 소독하고,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닦고, 분리수거까지 하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물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제주에서 일주일 일상 살기가 설레는 건 5학년 막내뿐만은 아니리라.


먼지 팡팡!! 제주도 한 주 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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