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직접 책을 만든다고?
사실 나는 요즘 책을 만드느라 바빴다.
지난 5월부터 파주시 파주문화원이라는 곳에서 "나만의 책 만들기" 강의를 수강 중이다. 친한 동생이 강의안내를 보고 나한테 소개를 해줬고, 나는 운명처럼 이건 꼭 해야 돼!라고 생각하고 바로 신청을 했다. 무슨 내용인지, 프로그램은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 9월부터 일기를 쓰고 있었고, 언젠가는 내 이야기로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이 강의를 소개받게 된 것이다.
첫 수업에 갔을 때 이 수업은 책을 쓰는 것을 알려주는 강의가 아니라 책을 무료로 출판하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맙소사! 이것도 모르고 덜컥 신청했다니! 그런데 내 책을 진짜로, 그것도 무료로 출판할 수 있다니! 너무 멋진 일일 것 같다. 내 책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니, 그리고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출판까지 할 수 있다니!!!! 열심히 해봐야지,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늘 그렇듯 열의에 불타올랐다.
첫 수업에서 무료출판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셨다.
예전에 나도 원고를 쓰고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한다. 참을성이 없고 포기가 빠른 나는 그쪽은 도전해 볼 수 도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자비 출판에 대해서도 알아봤었는데, 말 그대로 작가가 자기 돈으로 출판을 하는 것이다. 이것도 내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출판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해야겠다 싶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출판사에서 섭외를 받아 출판사와 함께 기획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요즘은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으니 그중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물론 편집이나 홍보 등 실질적인 부분에서 전문가들께서 적극적으로 맡아서 해주시니 퀄리티나 완성도는 높겠지만, 그만큼 인세 부분에서 생각보다 많이 가져가진 못한다고 한다. 많이 팔리면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전문 작가도 아니고, 이제 일기 좀 쓰기 시작한 아마추어 중에 아마추어인데, 투고해서 출판사에서 연락 오길 기다리는 건 아직 어불성설인 거 같고, 그래도 책을 만들고 싶고, 가정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니, 나한테는 무료 출판이 가장 이상적인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무료 출판을 위한 길다면 긴 대 장정을 시작했다.
일기로 써둔 원고 중 쓸만한 것이 100페이지가 채 안되었다. 그렇게 거의 1년을 매일 많이 썼는데도 책으로 만든 다고 생각하니 다 부끄럽고 초라했다. 에세이로 낸다고 하면 200페이지는 넘겨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절반 정도는 이제부터 써서 채워야겠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써온 대로 조금 더 신경 써서 계속 써나갔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수업을 들으러 갔다. 나는 이전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 컴퓨터도 거의 다룰 줄 모르며 타자는 독수리 타자에, 컴퓨터는 내가 건드리기만 하면 고장 나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졌다. 200페이지의 원고를 타이핑하는 거부터 나는 겁이 났다.
그리고 ms워드로 작업한다는 데 나는 한글도 그나마 더듬더듬 치는 거밖에 못하는 데 ms워드는 들어만 봤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아,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도전일까?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대부분 어머님 아버님 뻘 되는 5.60대 분들이 많았다. 그간 자신이 살아온 인생, 여행 다녀온 이야기, 반려동물 이야기 등 자신의 추억을 소장하고픈 마음에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2주 후, 무료 출판에 대한 대락 적인 소개와 이론 수업이 마치고 실기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배울 것은 무료 서체를 내려받는 것이었다. 이런 것도 해야 하는 거구나. 처음 해보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수업에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강사님께서는 수강생 하나하나 잘 따로 오고 있는지 체크하시며 아주 천천히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다행이었다. 컴맹인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그리고 책 사이즈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런 것 하나하나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 해야 할 것이 정말 많긴 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수업 진도가 빠르지 않고 천천히 설명해 주시니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판형이라고 하는 책 사이즈를 정했다. 와, 진짜 이렇게 책을 만들긴 하나보다 실감이 났다. 수강생들 중 내가 나이가 젊은 편이라 더 자신감이 붙었던 것도 있는 거 같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들도 하시는데 나라고 못하겠어하는 오기도 생겼다. 수업 듣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나는 매 시간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하며 겁먹으며 수업을 들었다. 나는 꼭 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