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많이 줄어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막연한 우울감에 휩싸인다.
아니, 우울감이라기보다는 막막함이라고 해야 할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15년간 목표로 해왔던 종착역에 도달하기 직전인 현재 상황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결국 하나의 질문에 도달했다.
내가 이 목표를 설정한 이유는 뭐지?
그러게 말이다. 이 목표를 왜 세웠을까?
어떤 목표든 그 목표를 세우기 이전에 선행하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돈이든, 아니면 엄청난 대의를 위해서든, 하다못해 심심해서든 말이다.
여기서 잠시 가치와 목표를 구분해볼 필요가 있겠다.
수용 전념 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에서는 가치와 목표를 구분한다.
가치란 것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이다.
예를 들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일 수 있고, 더 자세히 기술하면 '남을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일 수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가치는 명사가 아닌 동사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고, 남을 돕는 사람이 되려면 남에게 도움되는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가치는 나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이정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이루어야 할 가치가 저기 1000km 떨어진 지점에 있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거나 돌아가는 길로 가면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 아닌가?
위에 예시로 들었던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가치를 다시 예시로 들면, 남을 돕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연히 남을 돕겠다고 하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모호하니, 예를 들면 '하루에 한 번 다른 사람에게 칭찬하기'부터 시작해서, '10년 안에 공신력 있는 기부단체에 1000만 원을 기부하기'까지, 아주 간단한 목표부터 어려운 목표까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목표들이 쌓여가면서 결국 나의 가치에 가까워지는 것인데, 나같이 시야가 좁은 일반 대중들은 목표를 가치로 착각하여 목표 하나를 달성하고 나면 허무감에 빠지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며 삶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의 가치를 잊은 채 살아온 것이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가치를 찾는 작업은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작업인 듯하다.
여러분도 현재 내가 추구하던 가치를 잘 알고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객이 전도되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급급하느라 가치를 잃어버렸던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