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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Jan 20. 2021

루틴은 엄격하게, 그러나 그에 대한 태도는 관대하게.

평소 이런저런 루틴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만들어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


어찌 됐든 루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루틴이라는 것은 일종의 고정적인 하루 생활 패턴이다.


아침 루틴이라 하면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정해놓고 이것을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엔 'Routinery'라는 어플을 사용한다.


오전 7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고, 이때부터 이불을 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체중을 잰 후 아침식사를 한 뒤 이를 닦고 그날 하루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 까지가 루틴으로 설정되어있다.


저녁 루틴도 있다.


오후 10시부터 30분 정도 그림을 그리고, 이후에 책을 읽고 가벼운 글을 쓴 후 잠을 자는 것이다.


이런 루틴들을 설정해놨을 때의 장점은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인지적 노력이 비교적 적게 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루틴을 정해놓지 않고 아침에 눈을 뜨고 나면 그때부터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졸리고 피곤한 아침 시간에 할 일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져 결국 다시 잠자리에 누워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루틴을 만들어두고 습관화가 된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정해진 행동을 바로 하면 되므로 투입되는 인지적 자원이 비교적 적게 든다(그렇다고 쉽다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는 루틴에 포함된 일들을 빠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틴을 정해놓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 되는대로 하다 보면 어느 하나를 빠트리기가 쉽다.


아침에 이불을 개지 않고 다른 것들을 하다 그대로 출근할 수도 있고,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체중 재는 것을 깜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큰 업보로 돌아온다.


셋째로는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을 꾸준히 쌓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침 스트레칭 같은 것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을 한 달 내내 아침마다 1분이라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신체 컨디션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매일 아주 짧은 글이라도 루틴으로 포함시켜놓은 사람은 한 달 동안 30개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고, 하루 10페이지라도 책을 읽기로 한 사람이라면 한 달이면 300페이지, 즉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반복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자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인가?


이전에 업로드된 브런치 날짜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 전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벌써 10일 전이다.


사실 위에는 루틴을 매일 같이 해온 것처럼 말했지만, 한참 지키지 않다가 어젯밤부터 루틴을 설정해서 오늘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루틴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반드시' '빈틈없이' 지켜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에게 물어봐도 그 사람조차도 자신의 일정을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평소 게으르게 살아왔던(나만 그런가?) 우리들은 얼마나 더 지키기 어려울까?


루틴이 정말 루틴이 되려면 지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한 번 정해진 루틴이라고 해서 그것을 평생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나의 일상생활에 맞게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는 루틴을 정해놨는데 이것이 너무 어렵다면 10분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앨 수도 있고, 그 대신 가벼운 체조와 같은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슈퍼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루틴은 엄격하게, 그러나 그에 대한 태도는 관대하게 가져보자.


우리의 목표는 루틴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행복해지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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