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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May 03. 2020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내 마음속의 거대한 수레바퀴

※ 스포 주의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어느 시골 마을의 라틴어 학교에서 공부를 했던 한스 기벤 라트는 동네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지금으로 치면 특목고라 할 수 있는 신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교장선생님, 목사님에게 과외까지 받게 된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그 나이 또래에 즐길 수 있는 정상적인 또래관계나 낚시, 식물 채집과 같은 취미생활을 포기하며 공부에 전념한 결과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잘 적응하는 듯했으나 엄청난 공부량에 더해 자유분방한 시인 헤르만 하일너와 친해지며 결국 공부를 내려놓게 되고, 헤르만 하일너가 무단결석으로 학교에서 퇴출되며 기댈 곳이 없어진 한스는 결국 신경쇠약에 걸리고 신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촉망받는 인재였던 한스는 고향에 돌아와 소일거리를 돕다 수습 기계공의 일을 시작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공부에 실패해 기계공일을 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실망감이 중첩되며, 결국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어느 날 강 하류에서 시체로 발견되며 이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한스 기벤라트가 신학교에서 잠시 일탈을 하는 과정에서 교장선생님에게 듣는 말이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이 구절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나는 한스처럼 주변에서 공부를 하라며 압박을 넣는 인물들(아버지, 교장선생님, 목사)이 없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지내며 무언가 제대로 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에 쌓여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한스의 입장이 공감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한편, 한스처럼 모든 것에 실패하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파국적인 미래가 올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어찌어찌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거의 15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아직도 내 뒤에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오고 있고 나는 그것에 깔리지 않게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수레바퀴가 지나는 경로를 벗어나 다른 길로도 갈 수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내 마음속의 수레바퀴가 너무 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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