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 무엇을 하든 재미가 없고 항상 쳐져있는 채로 지내고 있을 때였는데, 이런 무미건조한 생활을 떨쳐내고자 무엇이든 취미생활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갑자기 뭔가를 해보려 하니,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흥겨운 노래를 들어도 즐겁지 않았고, 웃긴 예능프로그램을 봐도 재미가 없었다.
어느 날 한 친구와 취미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나온 결론이 꽤 마음에 들었다. 취미란 결국 ‘남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하게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요즘에는 그렇게 자주 쓰이는 개념은 아니지만, 심리학에서는 동기를 내부 동기와 외부 동기로 나눈다. 내부 동기란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와 별다른 보상이나 이득이 없이도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마음이고, 외부 동기란 심리적, 물질적 보상이나 외부 환경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마음을 말한다.
외부 동기란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의 통제감을 저하시키고 그 일에 대한 흥미도 떨어트린다. 가장 대표적인 우화로 “유대인 상점” 이야기가 있다.
한 마을에 어떤 유대인 할아버지가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짓궂은 아이들이 매일 와서 상점에 돌을 던지거나 가게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장사를 방해했다. 현명한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내쫓거나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내일도 이렇게 가게 앞에서 놀아준다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장난을 쳤을 뿐인데 돈까지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매일 같이 와서 장난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요즘 가게 사정이 좋지 않구나. 미안한데 여태 주던 돈을 절반으로 줄여야겠어.”
그러자 아이들은 우리는 그 정도의 돈을 받고는 더 이상 가게 앞에서 놀 수 없다며 다음날부터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밌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미운 놈 떡 하나 준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처음에 그저 할아버지를 골려주고 싶다는 내부 동기로 인해 장난을 치는 행동을 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금전적인 보상을 주는 순간 아이들의 장난은 돈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 외부 동기로 전환되어, 결국 외적인 보상이 사라지자 동기가 줄어들고 행동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먹고사니즘에 몰두되어 있는 우리네 인생들은 외부 동기에 몰두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성과를 내거나 연봉을 높이는 등의 것에 몰두하다 보면 결국 내가 좋아하던 것들도 결국 일처럼 느껴지고, 물질적 보상이 없다면 쓸모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 동기에만 몰두하며 살다 보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통제감을 잃게 되고 자유로운 느낌을 상실하며 매일 집, 회사(학교)를 오가며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우리의 내부 동기를 찾는 것이 어떨까? 먹고는 살아야 하니 외적 보상을 포기할 순 없겠지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추구하며 숨 쉴 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면, 내부 동기를 탐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남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질문을 통해 산출해낸 나의 취미는 다음과 같다.
글쓰기
책 읽기
노래 부르기
게임
사람 만나기
여러분의 취미는 무엇이 있는가? 이 글을 읽는 순간 잠시 생각해보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