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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Jul 14. 2022

마흔이지만 아직도 흔들리는 중이다.

2,30대 여!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단 영악하게 하세요.

  5월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일명 애드 고시라고 불리는 구글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데 쉽지 않았다. 구글의 SEO에 맞게 쓰려니 일기처럼 쓰던 네이버 블로그에 익숙해진 탓인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다. 매일 시간 나는 대로 매달리는데 여전히 구글로부터 승인 메일이 오지 않는다.

(애드 고시란 티스토리 블로그에 애드센스가 달릴 수 있게 구글로부터 승인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과정이 워낙 어려워 애드 고시라는 말이 생겼다.)


티스토리에 도전한 것은 바로 수익 때문이다. 신랑과 버는 돈은 기본적인 생활비 외에는 집 대출금으로 들어가는 흙수저 인 데다가 기간제라 고용 불안함까지 지니고 있어 비공식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더불어 10년 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도전했는데 쉽지 않다.


승인 강사는 무조건 한 가지의 주제로만 글을 써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쉽나. 내가 쓰고 싶은 주제들을 가지고 열심히 규칙 지켜서 쓰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어? 네이버 블로그보다 광고 수입이 더 좋다고? 어차피 나도 거의 매일 블로그 글 쓰는데. 한번 해봐야겠다.'이런 얼토당토않은 믿음으로 덥석 결제부터 했다. 참... 나도 변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것. 답도 없는 교육업계 호구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한 달 넘게 나의 시간을 쏟아부으며 부끄럽지 않게 노력했으나 하기 싫어 몸부림치면서 꾸역 꾸역 포스팅했으나 동일한 주제로 계속 반복했던 내용의 글은 구글로부터 가치 없는 글이라는 피드백 받았고 2번째 같은 메일을 받았을 때 미련없이 내려놨다.


글은 쓰면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다. 슬퍼지든 편해지든 무거워지든 가벼워지든. 하물며 블로그 포스팅이라도 쓰고 나면 '오늘도 기록했구나.'라는 작은 성취감이 느껴져야 오래 할 수 있는데 티스토리 승인 글은 억지로 좁은 틈에 나를 구겨 넣어 전진하는 기분이니 쓰는 내내 괴로웠다. 새벽에 일어나 1시간 넘게 글을 쓰고 겨우 하나 올리고 나면 뿌듯함보다는 '이 시간에 브런치 글을 쓰는 게 나을 듯하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결국 멈췄다. 방학 때 시간 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때는 혼자 해보련다. 승인 챌린지 강사의 강압적인 방식은 나에게 맞지도 않았고 가이드라인을 알았으니 모르면 책 찾아보면서 또 다른 파이프 라인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그동안 힘들었음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끌고 온 이유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또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끈기 부족한 딸내미라는 소리를 자주 듣고 자란 탓에 일을 중도에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어지면 나를 자책했다. 이번에도 '며칠만 더 해보자.', '한 달은 채우자.'등의 말로 나를 다독이며 아이들과의 시간은 뒷전으로 미루고 새벽, 저녁 시간은 애드 고시에 통과하려고 노력했지만 6주 이상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승인받기를 중도 포기한 채 며칠이 지났다. (포기라는 단어보다 잠시 내려놓았다는 표현을 써야 내 마음이 편할 듯하다.) 2주 동안 그대로 애드 고시 승인반을 포함한 몇 개의 단톡방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소통을 지켜봤다. 사실 모르는 것 생기면 물어봐야 하니 퇴장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는데 돈 려면 하루에 3포 이상은 기본이고 새벽까지 포스팅을 한다는 사람들 글을 읽으니 문득 이 시간들은 내 본업에 쏟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돈은 안 되겠지만 책 읽고 글 쓰고 독서 프로그램 만드는 등 애드 고시에 들였던 정성을 쏟는다면 지금 보다 더 발전된 내가 기다리지 않을까?


20대에는 어떤 직장을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파이프라인을 늘려서 더 벌 수 있을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것 같다. 기간제 교사라 고용도 불안하고 투잡도 금하게 되어있으니 이것저것 가능한 범위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급하기만 할 뿐 영악하게 하지 못했다. 미련하게 시간과 체력만 투자했다. 호구처럼 이런저런 플젝에 도전하고 블로그도 일기장처럼 쓰기만 할 뿐 다른 사람들처럼 영양가 있게 운영하지 않았다. 욕심 내어 광고 글 받아 글 올렸더니 바로 저품질 와서 회복도 어렵게 되었다.(글 쓰다 보니 그동안 나 뭐한 건가 싶다.)


'행동한 만큼 삶은 변화된다'는 유대인 탈무드 명언이 있는데 나의 행동은 해당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어리석은 방법으로 나의 시간을 소비했다는 것만은 증명한 셈이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인정하게 된다. 그만큼 마음도 무거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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