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뻔한 위로밖에 할 줄 모르는 어른이다.
지난주는 학교가 시끌벅적했다. 등굣길과 쉬는 시간만 되면 4, 5학년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돌아다니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바로 23년도 전교회장 선거 때문이다. 덕분에 매 시간마다 도서관 오던 몇몇 학생들이 오지 않아 평소보다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2주 전부터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와서 친구들과 열심히 회의를 하던 학생이 찾아왔다.
"선생님 저 너무 떨려요. 내일 개표한대요."
아이의 긴장감과 기대감은 나에게도 전달될 만큼 아이는 간절하게 원했다.
1학기 때 학급 회장으로 지냈고 도서관 행사도 늘 적극적으로 임하는 학생이라 나 역시 그 아이가 당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다음 날 아이는 어깨가 축 처진 채 도서관에 들어왔다.
"선생님 슬퍼요. 역시 인기 많은 아이가 되나 봐요."
"누가 되었는데?"
"3반 000요."
"인기 많아 그 아이가?"
"네."
"공약이 좋았던 거 아닐까? 넌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데?"
"우리 오빠가 제 공약보고 뭐라 하긴 했어요."
"선생님 딸도 공약 보고 뽑더라고."
"선생님 너무 속상해요."
"힘내. 이번 기회에 공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중학교 때 다시 도전해보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제 돈 7만 원이나 썼단 말이에요."
그 큰돈을 투자할 만큼 아이는 선거에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을 텐데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나는
선생님으로서 또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써 어떤 말을 해야 아이에게 힘이 될지 몰랐다.
진심으로 그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고작 내가 한 말들은
'다 경험이 될 거야.'
'중학교에 가서 다시 도전해 보자.'라는 뻔하디 뻔한 말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말이 더 좋을지 머릿속으로 찾는데
수업 시간이 다가왔다.
학생은 틀에 박힌 말만 듣고 교실로 돌아갔다.
뻔한 말들만 늘어놓은 나는 찜찜했다.
적절하고 더 좋은 말을 전해주고 싶었는데 머릿속에는 정답처럼 박힌 문장밖에 생각나지 않아 조금 속상했다.
이런 것은 책을 펼치고 공부한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내게는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