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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Feb 28. 2023

워킹맘이어도 괜찮아 2

다 엄마의 조바심일 뿐이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그래? 근데 괜히 나 때문에 아이가 손해 볼 것 같아. 엄마들 모임에 끼지 못하면."

이미 고학년 초등이 된 자녀가 있는 경험자들의 말을 듣고도 내 친구의 불안은 잠식되지 않았다. 그때 다른 친구가 말했다.

"00야. 그 엄마들과 평생 보고 살지 않아.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서 친해지지만 나중에는 연락도 안 하는 사이가 될 수 있어. 그 사람들과 계속 친하게 지낼 거 같아?"

맞다.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위해 또는 내 조바심 때문에 일을 휴직하거나 그만두었다고 치자. 그리고 학교 입학 또는 새 학기가 되어 우리 아이가 친해지고 싶다는 친구의 엄마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따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해도 그 관계는 한 해 이상 이어 나가기가 어렵다. 아이들끼리 잘 맞는다 해도 엄마들끼리 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어색할 뿐이다. 반대로 엄마들끼리는 잘 맞는데 아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마찰이 잦아진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 역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강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업주부가 되었다. 학교와 어린이집은 보낼 수 없으니 집과 놀이터만이 아이들의 공간이 되었다. 누가 먼저 말을 걸어오기 전에는 말 붙이는 타입이 아닌 나는 혼자 놀이터를 지키는 지박령처럼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고 항상 놀이터에 몇 시간 동안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점점 길어지면서 우리는 건강 이상 신호(기침, 열 등)가 보이지 않는 선에서 돌아가면서 서로의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시간을 함께 지냈다. 주 3회 정도 늘 친구 집 또는 우리 집에서 저녁 시간을 함께하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매일 아침 "오늘은 누구네 집에서 놀아?"라고 물어볼 정도로 우리는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힘든 코로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엄마들끼리 서로 맞지 않거나 아이들끼리 마찰이 생겨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다. 결국 단톡방의 대화는 줄어들고 놀이터에 늘 함께 앉아있던 공간에는 빈자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가 일을 하면 아이가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 21년 2학기에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놀이터에서 머무는 시간이 극히 적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퇴근하고 집에 오면 5시라 아이를 하원시킨 후 함께 놀이터에 갈 수 있었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이터에 놀기 위해 직진하고 나는 엄마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가면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함께 공구한 제품을 서로 나누고 있을 때가 가끔 있었다. 또는 시간 되는 사람들만 어디를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나와 아이가 끼지 못하는 게 속상한 적도 있었다. '가기 전에 나한테도 좀 물어봐 주지.' 하면서 서운함도 자주 느꼈지만 여러 사람 스케줄을 일일이 조정하는 게 쉽지 않으니 일일이 물어보기가 어려웠음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이야기하면 다른 집 엄마에게도 이야기해야 하고 또 어떤 엄마는 못 간다 했는데 이런 소식을 계속 전달하는 게 서로 불편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서운해 할 수 없다.


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아이는 일하는 엄마를 받아들여야 했다. 아이가 친구들과 가지 못했던 곳이라면 주말에 가면 된다. '내가 일을 해서 아이가 손해 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괜찮아. 그 모임에 가지 못했어도 아이는 친구들과 잘 놀아."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는 어린이집 친구들뿐만 아니라 학교 친구도 사귀며 잘 지내고 있다. 엄마들은 정말 찐으로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도와주며 이해하고 지낸다. 아이는 매번 좋아하는 친구가 바뀌고 다투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나는 일하고 있고 종종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돌봐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준다.

괜찮다. 미리 걱정해서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 워킹맘이어도 아이는 잘 지낸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고 엄마의 조바심을 덜어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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