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부모 연습하는 곳 없을까요?
난 팔랑귀다. 옆에서 좋다는 것이 있으면 갈대처럼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좋다는데 내 자식에게 못해줄 것이 무엇인가?
팔랑귀 육아는 큰 아이 태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출산 예정일을 약 두 달 앞두고 EBS 다큐멘터리 '전통 육아의 비밀'을 보고 꽂혀 관련 도서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유도 분만에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의도치 않게 제왕절개를 한 것을 제외하면 전통 육아법이라고 불리는 방법대로 아이를 돌봤다. 최대한 스킨십도 많이 하고 나오지도 않는 모유를 먹이려고 대부분의 시간을 소파에 앉아 굳은 자세로 버티었으며 수면 시간 또한 아이에게 맞췄다. 물고 빨고 예쁘지만 힘든 전통 육아를 하는 중에 3살 차이의 둘째를 임신했는데 몸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당시에는 전통 육아보다는 프랑스 육아, 똑게(똑똑하고 게으르게) 등이 인기였는데 전통 육아법에 비해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진 육아법이었다. 아이에게 기다림을 알게 해 주고 독립적인 수면 습관을 갖게 해주는 이 육아법은 익숙해지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어려움을 갖는다. 게다가 그 시간이 아이의 성향에 따라 무한으로 늘어날 수 있기에 엄마 아빠의 체력과 인내심이 요구되었다. 팔랑귀인 나 역시 일명 서양 육아에 포커스를 맞춰서 둘째를 케어했다. 전통 육아법을 따르기에는 내 체력이 따르지 못해 초반에 아이를 좀 울리더라도 나도 살 수 있는 육아법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눈만 마주쳐도 방긋방긋 잘 웃는 아이는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성량도 크고 끈기도 대단했다. 목이 쉴 때까지 울었다. 분명 정해진 양의 분유를 먹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칭얼댔다. 아이는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울었으며 신랑과 나는 점점 지쳐갔다. '애 100일 될 때까지 이러면 우리가 먼저 죽겠다.'라는 남편 말처럼 밤마다 우는 아이를 업고 동생이 미운 큰 아이를 달래느라 피가 말라갔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런저런 육아 서적을 뒤져도 이유를 찾지 못했다. 분명 평소 때 잘 웃고 노는데 왜 나랑만 있는 시간에는 그런 것인지. 결국 에너지가 다한 나는 서양식 육아를 포기하고 그냥 되는대로 했다. 아이를 내 몸 위에 올려놓고 재웠고 분유 타임도 아이가 원할 때 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둘째는 남들보다 뱃골이 크게 태어나서 배고픔에 울었던 것 같다. 우는 것 외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던 아이라 살기 위해 있는 힘껏 울었던 것인데 내가 고른 서적에 의지했던 나의 미련함 때문에 온 가족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물론 두 아이를 육아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방법을 무조건으로 따라 해 난이도를 배로 높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나도 둘째를 처음 키워보는 어른이었으니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지만 사실 줏대 없음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