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또 한 번 나를 다독인다.
예상보다 길어진 입원 기간 탓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동안 자기주장을 차마 하지 못했던 신체 부위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두 아이의 엄마였다. 일을 쉬더라도 집안일과 육아라는 퇴근 없는 일을 책임지고 있었다.
내가 한 생각에 나도 놀라 거실 창문을 닫아버렸다. 괜스레 소파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둘째를 껴안고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곤 했다. 이런 경험이 쌓일 때마다 돌돌이(고양이 털, 먼지 등 제거하는 청소 도구)를 들고 몸을 움직였다.
밤새 뒤척이며 자는 날이 이어졌다. 자는 내내 그물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기분을 느끼며 깨는 날이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의 꿈을 연이어 꾸며 얕은 수면을 겨우 이어가다가 새벽 5시 20분쯤 몸을 일으킨 어느 날 문득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아직 몸이 아파서라기에는 두 달 동안 수술 부위도 회복되었고 빈혈 수치도 정상화되었다. 체력 증진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처럼 잘 먹고 잘 자야 전처럼 지낼 수 있는데 나는 이유 모를 우울에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나마 아이들이 생활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모든 일을 미루고 누워만 있었다.
왜 이럴까 생각하는 중에 눈앞에서 게임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슈퍼 마리오가 열심히 걸어가다가 점프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건너뛰는 그림.
내가 느끼는 우울감의 가장 밑바닥에는 아마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을 것이다. 마흔이 넘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엉켜있다. 거기다가 늘 생각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까지 더해져 아주 두껍고 찌득찌득한 덩어리들이 장애물로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