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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pr 01. 2023

연인의 천국인 낙산 공원

Unsplash의Mark Tegethoff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가끔 동대문에 가면 옷을 사러 간다 든 지, 청계천을 따라 걷든지 했다. 스쳐 지나가는 흥인지문을 바라보며 세월의 흔적이 쌓인 돌과 그 틈 사이로 보수작업의 흔적이 보인다.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면 이쁘다는 말처럼 사진을 찍어서 보니 흥인지문의 거대함과 그 시절의 흔적을 추적해 볼 수 있었다.  


낙산공원은 흥인지문 반대편에 큰 글씨로 쓰여 있다. 언덕에는 벤치와 낙산 공원의 성곽이 보인다. 낮은 성곽 주변으로는 짝지어 앉아 있는 연인의 모습에서 빛이 났다. 아름다운  연인 사이로 끼어서 다리를 동동 구르며 앉기에는 조금 버고 그냥 지나가는 걸로.


방향을 틀어 높은 언덕을 지나 낙산 성곽을 따라 성안과 밖을 바라보게 된다. 성곽 안으로는 오래된 이화동의 서민들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반대편에는 성균관대 주변으로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 비슷한 듯싶다.


성곽을 따라 높은 언덕을 올라 낙산공원의 정상에 올라섰다. 낙산 자락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성대와 성북동이 보인다. 그 주변으로 산을 에워싸며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의 향수에 느끼도 전에 연분홍빛깔의 자태를 뽐내는 벚꽃과 시원한 바람, 파란 창공, 성곽 주변의 연인의 모습으로 수를 놓았다.


연인의 필수 코스인 낙산공원은 어김없이 이른 3월의 마지막 날에 젊음의 행진을 시작했다. 낙산코스를 둘러볼까 하다가 나도 모르게 집으로 가는 방향을 택했다. 한 연인은 낙산 공원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조차 사진을 찍어댄다.


내리막 길에는 다시 낙산으로 힘들게 올라가는 20대 남녀를 볼 수 있었다. "헉헉" 숨소리가 거칠어도 올라가려는 그 젊음. 낙상공원을 하산 한 뒤, 대학로 길에는 예전의 젊음의 거리가 느껴졌다. 좁은 골목길에는 어디론가 이끌려 방황하는 젊은 친구들이 꽤나 많았다.  


이제는 나이가 먹었는지 그 젊음을 만끽하다가는 힘에 부쳐 발걸음을 재빨리 집방향으로 옮겼다. 예전부터 혜화역 앞 벤치에는 약속장소로 유명하다. 아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알고 싶어지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예전에는 포장마차가 있어서 가끔 힘들 때 한잔하기도 했는데, 이젠 사라졌나 보다.


집에 오는 길이 힘에 부친다. 그래도 집이 보여서 다행이기도 싶다. 동네 천 주변에 벚꽃이 피었는데, 좁은 거리는 힙한 골목길로 변해버렸다. 술집과 음식점 안과 밖에 앉아서 "한잔해~한잔해~" 노랫말이 들리는 것만 다. mz의 젊음을 여기서 느끼다니. 힙지로인가.


그들 사이로 걷기만 해도 동화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우리 동네는 벚꽃이 한몫을 더해 힙한 동네로 바뀐 건지 모르겠다. 장시간 밖에 있어서 몸이 피곤한지라, 그곳을 빠져나와 잠시 벤치에 앉아 쉬었다. 오늘 하루는 클럽과 힙한 곳에 가지 않아도 된다. 벚꽃이 핀곳이 바로 힙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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