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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pr 20. 2023

악기를 다룬다는 것의 의미

Unsplash의Jefferson Santos

아버지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다. 기타 연주곡을 좋아했는데, 내게 기타를 배워보기를 권유다. 그 이유는 심적으로 안정감과 잡생각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먹으면 잡념과 불안을 갖게 된다. 그래서 집중할 것 중에 정서적으로 안정을 갖게 만드는 악기를 배워보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동네 H역 입구 앞에 있는 S기타 학원에 보다. 학원은 은은한 조명과 삼촌 같은 선생과 원장이 있었다. 삼촌선생은 아주 꼼꼼하게 나를 지도다. 유쾌한 나로서는 학원이 빨리 끝나 집에 가서 놀생각 이었다.


첫날 치고는 매우 섬세하게 가르다.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득도를 하기 위해서는 인내로 연습을 해야만 하는데, 내겐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기타의 이론 공부는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


삼촌 선생은 아니다 싶었는지, 기타에 대한 설명은 옛날 아버지 세대의 노래를 초등학교6학년의 연습곡으로 선정했다. 흥미가 떨어지는 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나에게 기타 주법을 가르다.


점점 흥미가 떨어지는 나에게 언젠가 그랬다. "연습을 해야 연주를 하지! 그렇게 해선 안돼!" 불현듯 그의 호통에 꼬리를 내렸다. 사실 내 입장에서도 불만불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6년에게 50-60대 세대의 노래를 연주하라는 것은 기타를 그만치라는 것과 같았다.


선생은 미안했는지 내게 오늘은 그만하고 집에 가라 했다. "안녕히 계세요!" "잘 가!"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가끔 힘들고 지칠 때, 기타를 꺼내어 1년간 배운 실력으로 기타치고 노래를 부른다.


오랜만에 먼지 쌓인 기타를 꺼내어 놓았다. 요새 기타를 연주하면서 그때 삼촌선생의 말이 이해가 간다.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하게 연습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 며칠간 기타 연습을 하다 보면, 잡념을 잊 마음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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