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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30. 2023

성장과 회복 스토리

Unsplash의 Kalen Emsley

자연의 이치는 성장하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사람도 그렇다.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보면 그때에 맞는 것을 찾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성장한다. 또 힘들면 잠시 쉬기도 하고 쉬지 않 무리하면 힘든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삶은 성장과 회복을 통해 균형을 찾는다.


이모와 나는 공통점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모는 한국에서 공기업에 다니 결혼 생활, 밤에는 공부를 했다. 그 후 석사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민을 갔다. 중국 북경에서 중어중문 박사과정을 하며 뜻을 품고 있었다. 이모에게 논문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이모는 논문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며, 논문 쓰는 사람에게 논문 잘되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했다.


가끔 한국에 오면 책을 주문하여 너도 책 한 권 고르고 싶으면 고르라 말했다. 나는 알겠다 하며 책 한 권을 골랐고, 이모는 주한 책이 오기를 기다리며 한국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중국으로 책을 들고 기쁨에 휩싸여 갔다. 이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리도 좋을까 싶었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 이모의 스승이라는 분이 대만에서 교수직으로 있을 때 나를 데리고 여행차 대만에 놀러 가기도 했다. 그 후에 중국에 놀러 가 북경의 도시와 문화에 대해 들었다. 이모는 한자에 대한 뜻과 풀이가 알면 알 수록 무궁무진하다며 연신 말을 했다. 너도 공부가 하고 싶으면 해도 괜찮다. 그런데 늦게 시작하면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래서 교수는 공부하기 전에 눈은 괜찮냐며 물어본다라며 얘기를 했다. 그때는 그 말이 뭔지 잘 몰랐다.


나도 이모와 같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언젠가 공부를 하다 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럴수록 책을 더 많이 읽고 알아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럴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 답답했다.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칠판에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늦은 나이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이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공부를 하려면 눈이 일단 좋아야 한다고.


시간이 지나서 나는 몸이 아팠다. 몸이 아프니 공부도 할 수가 없고 생활이 어려웠다. 더 이상 공부에 미련을 두지 않고 길을 돌아섰다. 그런 때에 때마침 이모는 한국에 있었다. 나는 이모에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꿈을 찾아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젠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이모는 말했다. 그래도 조금 더 해보면 어떻겠냐고.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아보면 어떻겠냐고. 난 말했다. 이젠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고. 이 길은 제길이 아닌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 이모는 눈물을 흘렸다. 나도 이제 공부를 그만둬야 할 것 같구나.


이모와 나는 공교롭게도 성장과 회복의 단계를 걸쳤다. 달리고 달려서 성장하고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뭐든지 다 때가 있다. 올라가야 할 때가 있고 내려와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은 그렇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먼발치에서 산을 보며 아름답다 하는 것처럼. 그때를 잘 알게 되면 삶을 꾸준히 균형감 있게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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