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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l 29. 2023

버스정류장의 아름다운 연인

덥다. 찌는 듯한 폭염이 아니고 찜질방이다. 밖이 더 시원한 것 같아서 물 싸들고 나왔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겼다. 햇빛이 내리쬐다 못해 살짝 태우는 느낌이다. 어젯밤 뉴스에는 유엔에서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는 끌고 있다는 표현이 실감된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참새 이 더위에 잘 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어머니와 피서 아닌 피서를 가려고 집 근처 마트에서 라면과 과자를 샀다. 그늘을 찾았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날씨다. 이 더운 날씨에도 젊은 사람들은 화를 보려  있다. 대단하다. 화관이 시원하니 집에 있는 것보다 더 나을지 모른다. 잠시 햇빛이 구름에 가려 그늘이 생겼다. 햇빛만 가려도 좋으련만.


버스는 시원했다. 흘린 땀을 식히며 밖을 내다보는데 안국동 버스정류장에 젊은 연인이 서있다. 버스 정류장 아늑해 보인다. 모델 같은 20대 중반 연인이 눈에 띈다. 그림이 따로 있을까. 흰색 반팔티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남자는 마른 체형에 키가 크다. 여자는 검은색과 흰색 무늬가 있 원피스에 긴 양말과 검은색 워커를 신었다. 둘은 모델처럼 멋스럽다. 버스는 신호를 기다다. 창가 사이로 맑은 하늘과 내리쬐는 햇빛이 구름 사이로 그들에게 조명을 비다. 남자는 여자을 잡으며 바라보고, 여자는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몸을 꼰다. 바람이 분다.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리고, 남자는 여자의 손을 더 꽉 잡는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기댄다. 버스 정류장 연인은 아름답고 이쁘다. 


버스가 출발한다. 4050대 형누나들이 20대를 보며 이쁘다는 뜻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와닿는다. 20대는 청춘의 시작이다. 그들은 젊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어떤 옷을 입을지, 머리는 어떻게 손질할지, 어떤 향수가 좋을지 설레는 고민 말이다. 그녀를 만나면 어떤 영화를 볼지, 분위기 좋은 술집을 골라 데이트를 할지 계을 세웠다. 오늘은 아련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에게 바친 꽃다발이 아른거린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못할 게 없었다. 그날은 폭우가 내렸다. 언덕 발목을 덥을 만큼 비가 쏟아졌다. 폭우 속을 뚫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오늘처럼 폭염에도 청춘은 둘만의 시간을 간직다.


시원한 막걸리를 사 왔다. 2000년대 유재석 x맨에서 댄스 신고식에 자주 나왔던 rnb가 나온다. 오늘은 2000년대로 다시 돌아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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