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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09. 2023

과거 어느 날과 오늘을 사랑하며

과거 어느 날에 나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눈물을 쏟았고, 방황하지 않으려고 나를 붙잡았다. 나를 붙잡을수록 나는 더 힘들었고,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방에서 숨죽여 흐느꼈다. 과거 언젠가 사랑하는 친구와 끝내는 헤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 이직을 했다. 어느 하 안정적이지 않았던 나였다. 결혼할 시기라 생각했지만, 서로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각자의 길이 달랐다. 떠나는 지하철을 바라보며 끝내 집에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난 과거 어느 기억의 시점에 우울한 나를 발견했다. 삶이 흔들리고, 왜 흔들리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알았더라면 그렇게 우울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아버지의 존재는 사라졌으며, 떠난 사랑은 이제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삶은 왜 이리 어둡고 힘든 것일까. 지난날은 이미 끝난 것인데,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나는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일상은 살아야 했지만 불연 듯 엄습하는 과거 기억 여전히 오늘을 사랑할 수 없었다.


어제 원 데이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 엠마와 덱스트는 1988년 7월 15일 대학졸업 후 만나 사랑과 우정사이를 반복한다. 엠마는 작가의 꿈을 키우며 과 알바를 했고, 이성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하루하루 살기가 쉽지 않은 엠마와 달리 덱스트는 부유한 환경 속에서 사회자로 화려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덱스트는 방탕한 삶을 살 어머니의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20년간 같은 날 우연히 마주하고 서로 다른 삶을 보내엠마는 고단한 삶 속에서 덱스트를 그리워다. 그렇지만 덱스트의 방탄한 삶은 엠마를 실망시키기도 했고, 덱스트는 그런 엠마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엠마는 작가로, 덱스트는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둘은 서로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다. 덱스트는 한동안 가정생활을 유지했지만, 이혼을 하게 되었고 엠마를 다시 찾아갔다. 엠마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돌아온 덱스트와 다시 사랑을 하게 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둘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 했지만, 노력의 결실이 보이지 않자 그날 엠마는 짜증을 냈고, 자신의 행동에 미안했는지 덱스트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남겨 놓는다. 그런데 불의사고로 엠마가 하늘나라로 가게 되 덱스트는 또다시 방황을 한다. 엠마의 사랑은 지난 자신의 방황 속에서 새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 고마운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 사랑, 관계 안에서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 믿었다. 어쩌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기억 속 일을 끝까지 한 것에 대해 힘들어했고, 달콤한 연애 끝이별슬펐다. 아버지와 이별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  나의 오늘을 사랑하기에는 나 스스로 버거웠다. 과거의 기억이 오늘을 사랑하지 못하게 했다.


어쩌면 덱스트가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엠마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또 살아가야 할 사랑하는 딸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른다.


내가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등불이 있고, 그 등불을 비춰 지난 나를 돌아보며 슬픈 기억이 기억으로만 남을 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안 좋은 것보다는 좋았던 일과 감사했던 일이 더 많다는 것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과거 나는 나이고, 오늘의 나는 나로 살아가기는 것은 글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만약 오늘을 사랑하기 위해 지난 아픔보다 사랑이 더 함께 했음을 기억한다면, 과거 어느 날과 오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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