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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24. 2023

어머니 선행

어제 어머니 에피소드 하나를 말씀하셨다. 이야기는 이랬다. 어머니가 밖에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큰소리로 안절부절못하면서 울더란다. 그래서 경비아저씨는 화단을 정리하셔서 바쁘신 것 같아, 남자아이에게 "얘야 왜 그러니?"하고 물어봤단다. 남자아이의 말은 자신의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부모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아이를 우선 안심시키셨단다. 그러고는 핸드폰이 어디에 있었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물어보니, 남자아이는 "아 맞다. 도서관에 놔두고 온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래. 그러면 내가 핸드폰을 빌려줄 테니, 엄마에게 전화해 보렴. 그러면 엄마가 니 얘기를 듣고 알아서 할 거다. 걱정하지 말거라." 하고는 빌려주셨단다.


아이는 엄마에게 연락이 되었다. 그러고 아이가 진정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내게 이 에피소드를 전하셨다. 난 어머니의 말을 듣고 아이가 몇 학년이냐고 물었다. 초등학교3학년 남자이라고 말씀하셨고, 난 어머니에게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면 그렇게 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당황스러워서 그럴 수는 있겠다말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일부 사람들로 인해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다 보니, 만약 저라면 이 아이를 돕는다고 해서 내가 먼저 나서서 도와줄 것이 아니라, 경비아저씨를 통해 부모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말씀드렸다. 그래야 서로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겠냐며 어머니에게 전했고, 그래 네 말도 맞다며 어머니는 알았다고 하셨다. 아무튼 좋은 일 하셨다며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누군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나는 "안녕"했더니, 찾던 사람이 아닌지 얼굴 곰 하고 내밀더니 다시 나갔다. 그래서 어머니가 나가서 ". 얘야 핸드폰 찾았니?" 하니, 아이는 도서관에 핸드폰을 찾으러 갔는데 없다며 어머니에게 설명했다. 어머니는 "응 거기 없으면 학교에 있을 거야." 라며 부드러운 어투로 아이를 달래니, 아이는 금세 차분한 말로 "그러면 할머니 저 아빠한테 통화 좀 할게요." "그래 여기 있다." 하고는 아이는 전화통화를 마치고 인사하고 갔다.


난 어머니에게 "보통 초등학교3학년 정도면 저렇게까지 안절부절못하지 않을 나이인데, 난 방목형으로 자라나서 그런지 요즘 세대 아이는 많이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긴 한 것 같다"며 말했다. 그런데 "아이에게 안심시킨다고 핸드폰이 학교에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어머니 아이를 돕는 것은 좋지만,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이렇게 어머니가 수고스러울까 봐 말씀드린다며 다음부터는 경비아저씨를 통해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다"며 의견을 드렸다. 어머니는 그래 그것도 맞다며 말씀을 마치셨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복도에서 저 멀리서 아이와 아주머니 한분이 걸오시길래, 옆 짚인 줄 알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잠시 내 앞에 멈추더니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누구셔", 그러길래 난 아까 그 아이 가보다 생각했다. 난 인사를 하고, 아이얼굴을 쳐다보니 아이가 고개를 들어 내게 "아까 그 할머니 어디 계세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난 ". 잠시만요."라고 하고, 어머니에게 아까 그 아이가 왔다며 전했다.


아이 어머니는 "아까 감사하다"며 인사로 빵을 사 오셨다. 어머니는 "뭘 이런 걸 갖고 오시냐며 아이가 걱정돼서 그런 것"이라 했다. 난 방에서 그 얘기를 듣는데, 한편으론 몇 시간 전 내 얘기가 너무 냉철하게 얘기했나 싶 부끄러움이 올라왔다. 어머니의 선행을 통해 이웃 간에 아직 온정이 남아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는 방에 들어와서 생각해 보니 예전에 성당에 이 다녔던 교우 갔다며 내일 지인에게 전화해 봐야겠다며 말씀하셨다. 난 어머니의 선행에 박수를 보내드렸다. 그래도 세상이 각박하고 어둡다 해도 그건 일부 사람의 얘기고,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고 선행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느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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