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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25. 2023

백온유 작가와의 짧은 만남

(feat. 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작가와의 경우 없는? 짧은 만남을 갖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나는 며칠 전 성북구청에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한성대학교 낙산관에서 작가들과의 만남에 초대한다는 메시지였다. 지난번에도 메시지를 받았지만, 선뜻 갈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편이어서 말이다. 그래서 담에 기회가 되면 가야지 했는데, 웬걸. 기회가 왔다.


어제 동네고 하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산책 삼아 어머니와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출발했다. '작가와의 만남이라.. 글과 책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던 터인데.. 허허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군.' 하며 좋은 경험이 될까 싶어서 동네를 걸어 목적지로 향했다. 다니던 길, 익숙한 길을 따라다녔지, 동네는 변했다. 어느새 아파트 건물이 지어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 건물을 짓기 위 준비 중이었다. 예전 한성대는 거리가 멀었다. '하긴 20대 이후로는 늘 가던 곳, 익숙한 곳으로 지내다 보니 동네도 변한 줄 모르고 살았는데, 덕분에 이곳까지 오게 됐네' 하며 어머니와 대화를 하 걸었다.


얕은 언덕을 올라가면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가을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혔다. 어머니는 건물이 들어스고 많이 변했다며 집안을 벗어나 여행 온듯한 기분이 드셨나 보다. 여동생이 다니던 여고를 가리키며 10여 년 전에 왔었던 기억을 꺼내신다. 오랜만에 방문한 대학교와 강당에 어머니도 낯설고 어색하면서도 좋으신 듯 보였다. 나도 어머니와 뜻밖의 시간을 갖은 터라 기분이 좋았다.


대학교 앞에 다다르자,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학생들은 몇 없었다. 어머니는 밀폐된 공간에 가면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신경이 쓰이는 듯싶었다. 난 잠깐 들어갔다가 컨디션이 아니시면 나가도 괜찮다고 했다. 벽에 포스터 이정표를 따라 지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니 조용했다. 제시간에 맞춰가니 아무래도 사람들 모두 착석해 있었다.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어머니도 오랜만에 사람과의 만남에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리허이 시작되었고, 유튜브로 방송하기 위해 카메라가 있었다. 담당자는 작가가 어색할 수 있으니 박수를 보내 달라며 당부했다. 미리 예행연습으로 박수를 치며,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앉았다. 어머니는 "난 책도 안 읽었는데 질문하면 어떡하냐"며 걱정하셨다. 난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올라오기 전 작가의 이름과 책제목을 확인한 경우 없는?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밀폐된 공간이 답답하신 듯 "아무래도 난 안 되겠다며 너 보고 와라" 하셨는데, 난 괜찮다며 지금 가자고 했다. 어머니는 조금만 참아본다며 했지만, 몇 분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하시자 난 "그럼 지금 나가세요. "하며 뒷자리에 머물다가 어머니가 불편하셔서 밖에 나갔다.  


어머니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숨을 들이쉬며 한숨을 내뱉으셨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시겠다며 가셨고, 난 밖에서 기다렸다. 어머니가 나온 뒤 오던 길로 다시 집으로 향하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괜히 나 때문에 너 못 봐서 어떡하냐"며 했고, 난 "그냥 산책 삼아 나온 건데요 뭘. 그리고 작가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작가분 성함과 책이름도 올라갈 때 봤는데, 책제목이 '경우 없는 세계'이더라고요. 오신 분들은 저 작가님이 좋아서 오셨을 텐데, 저희는 구경삼아 왔으니, 경우 없는 손님이 된 것 같아요." 하니 어머니도 맞다며 웃으셨다.


그래도 오랜만에 집 안 일만 하시고 나도 집에만 있었는데, 어머니와 산책도 하고 잠시였지만, 문화생활? 도 해서 그런지 좋았다. 우리는 집에 오는 언덕을 오르며, 집 앞에 다다랐다. 어머니는 다음에는 너 혼자 가서 작가와의 만남도 갖고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며 오늘 즐거웠다며 쿨하게 올라가셨다. 난 잠시 생각했다. 짧은 작가와의 경우 없는? 만남이 있었지만, 이토록 문화생활이 사람을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에너지를 갖게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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