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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26. 2023

아이가 달라졌어요.(feat. 배려하는 사회)

오늘은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걸었다. 걷기 전에는 집 앞 마트에서 간식을 사가는데, 어머니 앞에 먼저 나간 남성이 있었다. 남성은 자신 아이가 나갈 수 있도록 문 잡았다. 그 뒤에 어머니가 계셨는데, 문을 탁 놓는 것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문을 잡긴 했지만, 내가 뒤에서 봤을 땐 뒷사람까지 배려하는 행동이 부족해 보였다.


초등학교 시간에 예절교육을 배우면서 문을 열을 때 노크를 한다던지 아니면 뒷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문을 잡아준다던지 하는 기본적인 예절에 대해 배운 적이 생각났다. 사회가 바쁘다 보니 정신없이 다녀 사람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 살아가는 세상은 아니깐 조금의 여유가 있으면 배려하는 사회가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어머니와 간식을 사들고 천을 따라 걸었다. 어제보다는 시원하진 않았어도 폭염은 물러간 것 같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들어 숨 쉬어진다. 성북구청 앞에는 미니콘서트를 열어 트로트 노래로 시끌 벅쩍했다. 천을 따라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어제이어 오랜만에 만보 이상을 걸었다.


집 앞을 걸어오면서 어머니가 잠시 마트에 들르신다길래 따라 들어갔다. 시원한 바람을 쐐며 물건을 고르고 배달을 시켰다. 마트를 나온 길에 어머니가 문을 나가시고 뒤에 오시는 할머니가 나오시는 것 같아 문을 잡아드렸더니, 아직 안 다며 괜찮다고 말씀하시길래 문을 놓고 마트를 빠져나갔다. 한두 계단을 오르는데, 퍽 소리가 나더니 하얀 작은 조각이 내 어깨 위로 스쳐 지나갔다. 난 순간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길래 비비탄 총알인 줄 알았는데, 얼음이었다.


 난 아이를 쳐다봤는데,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돼 보이는 남학생 자신도 놀랬는지 "죄송..."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앞을 보니 주먹보단 작은 얼음이 떨어져 있고, 맡은 편 초등학교 2-3학년 돼 보이는 남학생이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잡고 있어 난 '저 남학생이 장난치다 얼음을 던져 친구 머리에 맞구나. 그 파편이 땅에 떨어지면서 내 어깨를 스친 거구나.' 하는 생각에 난 웬만하면 그냥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조심해야지. 사람 다치게.." 했더니, 그 학생은 상대편 학생에게 "미안" 하다했고, 나는 그 길 지나갔다.


어머니는 왜 그러냐며 말씀하시자 설명해 드렸다. 요즘은 시대와 문화가 바뀌었지만,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반성하며 다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바뀌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배려한다면 나도 내 옆사람도 웃으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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