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Aug 30. 2023

어제 도깨비를 봤다.

(Feat.'도깨비')


가수 크러쉬 'Beautiful'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상상을 했다.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웃고 하면서 즐겁게 인생을 살고 싶다고 꿈을 꿨다. 막연한 환상 같은 건데, 백마 탄 왕자와 공주가 만날 것만 같은 삶을 그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녕 나의 기도가 헛된 것인가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상 직장을 갖기에는 내 성격상 조직생활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어디에 들어가 이력서를 넣고 야 하나 아니면 공부를 더해야 하나 싶었다. 더 막막한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의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아버지가 계실 때는 생계 유지나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셨고, 나 또한 그러했다. 난 기도했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재활병원이었다. 면접을 보고 간절한 마음으로 담당자와 면담을 한 끝에 나의 열정을 보고 결정했다며 후에 들었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계시고 생활의 안정감을 갖고 있었다면, 직장을 일 갖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하기를 바라셨다. 난 조금 여유를 갖고 결정하고 싶었지만, 그 덕분에 바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직장이라는 곳이 이상과 현실이 다른 공간이라 내 아무리 누군가를 돕고 싶다 해도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막상 운동치료사라는 이름으로 치료를 하게 되더라도, 실무에서는 직원과의 관계나 일이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게 먼저다.


누간가를 돕기 위해서는 절차라는 게 있었다. 막상 환자가 오고 그 환자와 그날의 기분과 상태를 보면서 운동을 하게 되면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다. 환자도 의지가 있어야 되고, 나도 치료가 제대로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실장은 내게 그랬다. 이상과 실무는 늘 차이가 난다며 언젠가 내 사진을 찍어서 메일로 보다. 그러면서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사회생활이 다 그렇다며, 어디 가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끌어주고 해야 누군가 도와주든 치료를 하든 어떤 것이든 이뤄질 수 있다 했다.


드라마 도깨비를 봤다. 몇 해 전 공유가 드라마를 찍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바빠서 볼 수 없었는데, 어제 보게 되었다. 보는 내내 역시 공유는 남자가 봐도 잘생기고 키크고 멋있다. 그는 김고은을 돕는 역할을 한다. 김고은은 부모를 잃고 이모와 사촌에게 구박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간다. 공유는 김고은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돕는 역할을 한다.


나는 지금껏 시간을 보내보면서 주어진 환경과 일상이 당연하게만 여겼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난 대부분 받은 것이 전부다. 이제껏 잘 먹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다. 부모님이 계셔서 이제껏 큰 탈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일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 들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하면 그간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전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도와준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다 보면 좋은 일은 늘 생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정기간이 되면 정리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