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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Oct 01. 2023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듣는 게 좋은 나이

신체에는 감각기관이 있다. 눈과 귀와 코, 혀 등 그 밖의 기관을 통해 정보를 얻다. 20대에는 내가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다. 지금의 나는 주인공 되어 가수가 되기 보단 일상의 것을 향유를 하고 은지 모른다.


어린 시절 난 친구와 모여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 시절 소 놀던 형들은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 노래를 부르며 담배를 폈다. 학창 시절 어른 흉내를 따라 하던 서클형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 동네 친구와 스무 살이 되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당시 고등학교 시절 두발규정이 있어 성인이 되면서 머리를 기르고, 반곱슬이라  매직도 하고 염색, 삭발 등 연예인을 따라 했다. 자칭 이정재였다. 친구 B는 머리를 장발로 기르 공형진이라며 우쭐했다. 친구 C 녀석은 머리를 길러서 매직을 긴 생머리와 앞머리를 고수했는데, 나에게 이정진 닮지 않았냐며 되물었다. 그러나 난 말은 안 했지만, 머리 뒤통수가 납작해서 탈락이었다.



친구 C가 삼국지를 운운하며 유비, 관우, 장비로 학창 시절을 냈다. 난 대학생이 되고, 각자 용돈을 벌겠다며 방학기간에 친구 C와 동네 식당에서 서빙과 배달알바를 했다. 친구 녀석이 먼저 일을 했는데, 주방 아주머니 잘하고 싹싹하다면서 칭찬이 자자했다. 같이 교대로 일하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멋있다며 좋아했다. 난 이브 전에 친구 C가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낸다고 바꿔달라고 했다. 난 솔로였고, 돈도 벌 겸 비를 맞아가며 배달을 했다. 하지만 그날은 눈인지 비인지 춥게만 느껴졌다. 가끔 친구와 주문받기 전에 장난을 치다가 손님이 주문돌솥비빔밥을 앞에서 쏟기도 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친구는 학교일이 바빠 알바를 그만뒀고, 나도 그 후 알바그만뒀다.


우리는 용돈 30만 원을 벌기가 쉽지 않음 배웠다. 어렵게 번 돈으 하고  싶은 것 많은 20 초반의 대학생기도 했다. 셋이 모여 자주 가는 '고을' 가서 술 한잔을 하 시간을 보내가 자주 가던 노래방을 갔다. 우리는 그곳에서 맥주를 시키고, 담배를 꺼내어 폈다. 즐겨 부르던 각자의 18번 곡을 뽐내며 열창을 했다. 난 윤도현의 노래와 야다, 포지션 등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친구 B는 유일하게 랩을 좋아했다. 그 친구는 엠씨스나이퍼, 디제이디오씨 노를 부를 때면 서로 나와 주거니 받거니 래퍼가 돼있었다. 마지막에는 임창정의 소주 한잔의 노래로 우정을 다지며 어깨동무를 했다. 이제는 다들 가정을 갖고 멀리 경상도경기도에 살아서 연락을 안 하고 산지도 오래됐다. 그래도 가깝게 사는 친구 B는 일 년 한두 번은 보고 연락하며 지낸다.


며칠 전 솔로동생과 래방을 갔다. 안 간 지도 1년 정도 은데, 난 별생각이 없었는데 그 동생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갔다. 사장님이게 가격을 물어보니 노래방비도 가격이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맥주값이 비쌌다. 난 너무 놀라서 그렇게 비싸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물가가 올랐다고 했지만, 난 그만한 돈을 낼 상황이 아니었다. 친구는 계산을 했고, 난 노래방에 앉았는데, 노래방 책을 펴니 요즘 노래는 알 수가 없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오래전 노래를 불렀다. 몇 곡발라드 랩도 르니 이제는 노래나 음이 맞지 않았다. 결국 트로트로 넘어가 '백만 송이 장미''영영', '인연'을 불렀다. 동생은 기분이 좋았는지 캔맥주를 더 시켰다. 이제는 그리 마시도 못하고 노래도 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조용히 앉았다. 잠시 쉬고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다며 나왔다. 난 집에 돌아와 다음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좋다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노는 것도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는 노래를 차분하게 듣고 감상하는 것이 더 좋다. 술도 한잔 즐기면서 마시는 게 더 좋은 나이가 됐다. 이제는 술 보단 차 한잔이 더 좋기도 하다.  그런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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