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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30. 2023

고향이 그립던 시절은 지나가고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고향간다. 선물을 사서 양손에 들고 차를 타고 부모님과 가족을 만나 정겨운 모습을 티브이에서 봤다. 난 어린 시절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 부러웠다. 고향이 그리워 어디론가 이동하며 설렘을 앉고 가는 모습 말이다.


언젠가 시골에 가는 친구에게 물었다. 시골 가서 좋겠다고 했더니 친구는 시골 가면  막히고 피곤하다고 했다. 시골 가는 친구가 부러운 것보다는 혼자 남겨진 쓸쓸함이 싫었을지 모른다. 같이 놀던 친구는 둘 다 고향으로 갔고, 아버지는 친구를 만나러 가셨다. 어머니도 그러셨다.


어제는 대학동기가 연락이 왔다. 은 먹었냐며 안부를 묻는다. 난 아직이었다. 어머니와 걷기 후 만둣국을 끓였다. 동기는 후식하나 사가겠다며 집 앞으로 가겠다며 하자 난 됐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올꺼아니면 밖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집 내리막을 내려가 평지길을 다 왔을 쯤이었다. 


동기에게 전화가 왔다. 길이 엇갈릴까 봐 올라왔다고 하는데 몰 들고 온 모양이다. 사 오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사들고 왔다. 기왕 사 올 거면 집 앞으로 와서 연락할 것이지.. 다 내려오고 나니 전화를 하다니.. 그래도 뭘 사 왔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어, 애써 난 "뭘 이런 걸 사 왔냐" 묻자, "형과 어머니 생각나서 사 왔다"며 다시 언덕길을 올라갔다. 참고로 우리 집 언덕길은 경사가 있다.


이놈은 배려를 하는 것 같긴 한, 자기 기분에 가끔 도취된 가 된다. 가는 언덕이 힘들어 한숨을 내셨다. 잠시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인사라도 하라며 했더니, 됐다며 난 집으로 올라갔다. 걷고 청소 후, 만둣국 만들고, 이 친구에게 연락 와서 언덕을 두 번 오르락내리락해서 힘이 들었다. 이 친구는 배려가 넘다.


난 어머니에게 잽싸게 드리고 다시 내려갔다. 동기와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자주 가던 치킨집에 갔다. 동기는 집에 오랜만에 갔다며 집안이 정리가 안 돼있다며 가족에게 잔소리를 한 모양이다. 나이가 먹더니 잔소리가 심해졌다. 그러면서 내게 결혼하라며 어머니에게도 듣지 않던 잔소리를 다. 본인은 독신주의라며..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지난 추억은 흘려보낸다. 가운  녀석과 시간을 보내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갔다. 저마다 자신의 길이 있고 여정이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살고 누군가는 오늘과 미래를 보며 산다. 지난 시간은 털어버리고, 난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다. 추석, 연락 오는 동생이 있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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