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Oct 06. 2023

아픔도 전염이 되는 걸까

대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엄마 품을 떠나 갓 스무 살의 친구도 있고, 나처럼 나이 든 학생도 있다. 평상시는 온화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개인시간을 보내는 화로운 나날이었다.


같은 반 동기들은 40명 가까이 되었다. 나이 든 학생부터 20살 친구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 기숙사 생활을 했다. 수업시간과 잘 때는 다 같이 모여 있지만, 그 외 시간은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잠을 자는 친구, 휴게실에서 장기 두는 친구, 운동을 하는 친구, 도서관에 있거나 등이었다.


난 주로 개인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편이었다. 공부는 나에게는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재미도 있었다. 단, 시 없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말이다. 시험기간 전에는 공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난 혼자 있을 때면 축구하러 가자는 동기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를 했다. 가끔은 인생 모있냐며 달려 나가 같이 축구를 하고, 음료수를 마시며 담배 한 대의 사치를 부렸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그 여유롭던  동기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깟 시험이 뭐길래가 아니라 F과목 두 개면 학사경고와 함께 퇴학을 당하기 문이었다. 시험 2주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사느냐 죽느냐는 질문과 내가 이곳에 있는가부터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옥상의 밤하늘과 야경을 보며 담배 한 대를 피고  숨을 내셨다. 집이 그리웠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맥주 한잔이 아쉽다. 이 시험만 끝나면 방학이다는 생각으로 전투 같은 시험을 치르면, 담배나 간식 떨어져 동기에게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험기간은 그 어떤 자비도 없었다. 난 극심한 스트레스가 결국 지독한 감기로 변해버렸다.


내가 아프기도 하고, 옆에 친구가 아프기도 하며, 서로를 위로해도 그저 홀로 이겨 낼 수밖에 없다. 시험을 치를 때마다 한 명이 감기에 걸리면, 누군가가 나도 아프다고 한다. 아픔은 전염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나 정신, 둘 다 아프지 않은 이상 다시 건강을 찾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그래서 늘 주어진 일상과 오늘이 더 감사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답은 길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