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Dec 24. 2023

크리스마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따뜻한 말과 이웃 간의 나눔

며칠 전 귤 한 박스를 시켰다. 한파가 밀려와 운동량이 부족하여 햇빛을 보는 것이 어려우니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과일섭취와 건강관리가 중요한 것 같는 생각에 말이다. 근래 소행성 쓰기 워크숍 수업을 듣는다. 열성을 다해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생각나서 제주 한라봉을 올렸다.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같은 동네 사시기도 하고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있으면 동네 지나가는 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덕담과 용돈을 받은 적이 있다. 난 그때 인사를 하면 용돈을 주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아버지나 어머니 지인이다. 우리 집은 성북동 한옥에 살았는데, 손님이 자주 다. 아버지 손님부터 해서 세차를 하고 가시거나 하면, 나와서 인사를 드렸다. 어떤 분은 농담을 던지기도 했고, 듣기 거북한 공부 잘하냐는 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꼭 하는 말이 "공부 열심히 해라" 라며 공부에 취미 없는 나에게와닿지 않았다. 가시는 길에 아버지 지인 중에는 용돈을 주셨는데, 난 그 돈으로 과자를 사 먹거나 장난감을 샀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가끔 어린 마음에 아버지 지인이 자주 놀러 오는 게 싫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시면 용돈도 주시는 분도 있어서 가끔은 왜 안 오시지라는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마당에 놀러 오는 손님은 엄마의 지인도 있었다. 엄마 손님은 보통 낮에 는데, 믹스커피를 두 잔 엄마가 내오시면, 아주머니는 안방에 대기하며 내게 "너 가서 에이스과자 하나 사 오고 나머지는 너 먹고 싶은 거 사렴." 난 군말 없이 네 하고 튀어나갔다. 그래서 난 집 앞 제일 슈퍼에 달려가 에이스과자와 내가 먹고 싶은 쿠키와 다이제를 사가지고 가면,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셨다. 그러면서 "돈을 남겨왔네? 남은 돈은 너 다 가지렴." "아 아니에요."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에이 그러지 마 애 버릇 나빠져. "몰 이런 걸 갖고. 너 가져가렴." 난 하는 수없이 엄마와 아주머니 대화를 하고 계시면, 방에서 맛있는 쿠키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빨간 양말 바구니에 다음 날 아침 선물이 있기를 바랐다. 우리 집 한옥특성상 겨울은 추웠는데, 눈 비비고 일어나 보면, 갖고 싶은 장난감 있는데 선물이 없었다. 철없는 난 아버지에게 왜 선물이 없냐고 했더니 산타클로스가 며칠 더 자면 가지고 온다던 아버지의 말 기억난다. 나와 내 가까운 이웃에게 따뜻한 말이나 작은 선물이 올 한 해 행복한 연말연시 시길 희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돌이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