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부터 시작해서 수업이 끝났다. 감회가 새롭다. 성북동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이라는 공간을 알게 됐다. 편성준 선생님 수업을 듣고 가본 곳이다. 첫날이 기억난다. 어색하고 낯선 이들과 마주하며 나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술 한잔 하지 않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편성준, 윤혜자 선생님 도움으로 그 덕분에 글을 썼다. 각기 다른 선생님들 덕분에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연과 상황을 들으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배웠다.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은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5개월가량 글을 적으면서 홀로 글을 적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글을 잘 쓰던 못쓰든 간에 말이다. 매일 책상에 앉아서 30분이던 1시간이던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은 운동을 하는 일과 같다. 그리고 점차 시간을 늘리고, 쉬고 하면서 페이스 조절을 한다. 결코 나처럼 초보자가 무리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리하다가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다. 그 시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포기하고 싶은 내적 갈등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처절하게 글을 썼다. 몸을 일으켰지만,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는 쓰지 않는 날도 있다. 그리고 또 썼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포기하지 않고 절박하게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글을 적었다.
마라톤은 실제로 뛰어 본 적은 없으나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학원에서 산을 오르락내리락 반복한 적이 있다. 단거리보다는 장거리가 좋았던 난 호흡이 가빠 올 수록 페이스 조절을 했다. 처음 출발선에는 수십 명의 학생이 달리기를 하기 위해 서있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고, 중간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천천히 가야 했고, 너무 쳐져있으면 힘을 가해 중간순위권에 도달해야 했다.
달리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점점 남은 바퀴가 얼마 남지 않을수록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숨을 쉬면 쉴수록 폐로 거쳐 나온 공기가 코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피비린 내와 싸워 달려야 한다. 그렇다고 얼마 결승선에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달려 내 앞에 사람을 이기겠다고 달리는 것은 무리한 일이 된다. 등수와 상관없이 완주를 했다. 앞에 두 명이 있었지만, 완주를 한 것 자체 만으로도 나로서는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책 쓰기는 이러한 일은 아닌지 모른다. 글을 적고 자신과 마주하며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굳히는 일이다. 그것은 홀로 있으면서 그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오롯이 홀로 걷고 뛰고 눕고 움직여 몸을 일으키는 처절한 사투와도 같을지 모른다. 어쩌면 삶도 비슷한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완주를 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 스스로에게 말이다. 그것은 나 혼자만 해서는 안될 일이다. 함께 도와주셨던 어머니와 가족,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을 하면서 느낀 점은 책 쓰기는 마라톤과 같은 것은 아닌지 모른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늘 매일같이 글을 쓰고, 달리고 쉬기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걷고 달리기를 하다 보면 무언가 자신 스스로 느끼는 바는 남 다를지 모르는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중요한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