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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r 04. 2024

책 쓰기는 마라톤과 같은 것일까.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 마지막 이야기

지난가을부터 시작해서 수업이 끝났다. 감회가 새롭다. 성북동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이라는 공간을 알게 됐다. 편성준 선생님 수업을 듣고 가본 곳이다. 첫날이 기억난다. 어색하고 낯선 이들과 마주하며 나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술 한잔 하지 않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편성준, 윤혜자 선생님 도움으로 그 덕분에 글을 썼다. 각기 다른 선생님들 덕분에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연과 상황을 들으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배웠다.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5개월가량 글을 적으면서 홀로 글을 적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글을 잘 쓰던 못쓰든 간에 말이다. 매일 책상에 앉아서 30분이던 1시간이던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은  운동을 하는 일과 같다. 그리고 점차 시간을 늘리고, 쉬고 하면서 페이스 조절을 한다. 결코 나처럼 초보자가 무리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리하다가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다. 그 시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포기하고 싶은 내적 갈등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처절하게 글을 썼다. 몸을 일으켰지만,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는 쓰지 않는 날도 있다. 리고 또 썼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포기하지 않고 절박하게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글을 적었다.

마라톤은 실제로 뛰어 본 적은 없으나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학원에서 산을 오르락내리락 반복한 적이 있다. 단거리보다는 장거리가 좋았던 난 호흡이 가빠 올 수록 페이스 조절을 했다. 처음 출발선에는 수십 명의 학생이 달리기를 하기 위해 서있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고, 중간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천천히 가야 했고, 너무 쳐져있으면 힘을 가해 중간순위권에 도달해야 했다.

달리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점점 남은 바퀴가 얼마 남지 않을수록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숨을 쉬면 쉴수록 폐로 거쳐 나온 공기가 코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피비린 내와 싸워 달려야 한다. 그렇다고 얼마 결승선에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달려 내 앞에 사람을 이기겠다고 달리는 것은 무리한 일이 된다. 등수와 상관없이 완주를 했다. 앞에 두 명이 있었지만, 완주를 한 것 자체 만으로도 나로서는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책 쓰기는 이러한 일은 아닌지 모른다. 글을 적고 자신과 마주하며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굳히는 일이다. 그것은  홀로 있으면서 그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오롯이 홀로 걷고 뛰고 눕고 움직여 몸을 일으키는 처절한 사투와도 같을지 모른다. 어쩌면 삶도 비슷한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완주를 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 스스로에게 말이다. 그것은 나 혼자만 해서는 안될 일이다. 함께 도와주셨던 어머니와 가족,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소행성 쓰기 워크숍을 하면서 느낀 점은 책 쓰기는 마라톤과 같은 것은 아닌지 모른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늘 매일같이 글을 쓰고, 달리고 쉬기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걷고 달리기하다 보면 무언가 자신 스스로 느끼는 바는 남 다를지 모르는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https://brunch.co.kr/@savvyoon/670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08/13/QDK3FGRSKZEE5EP3BUJIFMZY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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