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오랜 시간을 써야했던 일들이 요즘은 대부분 자동화, 간소화 되고 있다. AI가 이메일을 대신 쓰고, 챗봇이 고객 문의에 응대하며, 클릭 한 번이면 데이터 리포트가 완성된다. 이런 시대에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에어비앤비에서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법인 단위로 숙소를 운영하는 프로 호스트들의 Account Management 업무이다. 새로운 법인 account가 온보딩을 하면 콜드콜을 걸어 간단한 상담을 진행하고, 리스팅을 살펴 개선점을 제안하고, 업셀링이나 사업 및 파트너십의 확장 방향성을 논의한다.
에어비앤비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한 UX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호스트들의 리스팅을 보면 최적화되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 사진이 흐리거나, 설명이 불친절하거나, 요금이 시장가와 맞지 않는 경우 등등 말이다. 이런 빈틈을 발견하면 Account Manager가 직접 살펴 대안을 제시하고, 호스트와 라포를 쌓으며 '함께 채워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AI는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타인을 억지로 행동하게 만들 수는 없다. 정답을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행동은 신뢰에서 나오고, 신뢰는 결국 사람이 쌓는 것이다. B2B 세팅에서는 이 신뢰의 무게가 훨씬 크다.
콜 한 통, 메시지 한 줄, 피드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이 회사가 나를 진짜 파트너로 생각하네. 우리 비즈니스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구나' 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감정이 결국 장기적인 파트너십과 업셀링으로 이어진다.
AI가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면, Account Manager는 그 효율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잘 전해지도록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방향성을 잡아주고 세밀한 조율(Fine-tuning)을 더하며, 프로덕트에서 기획한 행동을 실제로 고객이 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이 일의 본질은 기술을 대체하거나 혹은 기술에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낸 큰 프레임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연결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AI와 자동화의 시대에도, 사람 Account Manager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