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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r 29. 2020

해군의 깃발신호

해군의 깃발신호

지금도 비행기의 기장을 캡틴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항공의 전통은 대부분 대양을 항해하던 해군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영제국의 해군이 만들어 둔 전통이 어디 하나 둘 이겠냐만은 오늘은 ‘국제 신호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해군 관함식 등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신호기들은 과거 통신이 발전하기 이전에 함선 간의 통신을 위해 영국 해군에서 시작된 통신법이다. 알파벳 각 글자와 숫자에 각각의 깃발이 부여되어 있다.

이들 알페벳 중에 C를 예로 들어보면 깃발이 의미하는 바는 Affirmative 즉 '정확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C가 하늘을 나는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사용된다는 점이다.

음질이 나빠 장거리 통신에만 사용되는 HF 통신에서 조종사와 관제사들은 통상 한쪽이 말한 것이 정확할 경우, 통상 VHF 통신에서 사용하는 'Affirmative'가 아니라 단순하게 'Charlie Charlie'라고 짧게 응답해준다. 마치 해군의 깃발 신호 C를 내거는 것과 같다.

한편 며칠 전 방문해 코로나 테스트 키트를 루마니아로 싣고 돌아간 나토 소속의 C-17과 관련한 기사에 깃발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수송기의 조종사들과 관계자들이 루마니아 국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위아래를 뒤집어 들고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이렇게 국기를 위아래로 뒤집어 보여주는 것(마스트에 뒤집어 게양하는 것) 역시 해군의 깃발 신호에서 유래된 것이다.

통신의 발전으로 더 이상 통용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과거 위기(Distress)에 처한 함선을 버리고 선원들이 떠날 때  '이 배를 포기하고 떠났다.'라는 의미로 마지막으로 배의 국기를 뒤집어 달고 하선하는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면 위기상황에서 행한 구조 임무로 어필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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