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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r 30. 2020

병 속의 편지

이른 아침 해변을 산책하던 한 아이가 밤사이 파도에 밀려온 갈색병을 발견한다. 병은 낡았지만 아직 코르크 마개가 단단히 입구를 막고 있다. 아이는 병 안에 무엇인가 들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는 천천히 병을 들어 올려 해가 있는 쪽으로 비추어 본다. 한쪽 눈을 아예 감은 채 다른 눈은 실눈을 하고는 한참을 바라보던 아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편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인간은 언제부터 병 속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던지기 시작했을까? 가장 오래된 기록은 BC 310년 그리스의 철학자 데오프라스투스가 대서양의 바닷물이 지중해로 흘러든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병 속에 편지를 넣어 지중해 바다에 던져 넣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리스 철학자가 기원전에 시작한 이 방법은 종종 해양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용한다. 수천 개의 병 속에 연구의 목적을 적을 알리고 누군가 이 병을 발견하는 사람은 그 안에 들어있는 엽서로 발견 위치와 날짜를 알려주면 얼마를 사례하겠다는 메모를 넣는다. 


1906년도에 영국 해양연구소에서 북해의 해저 해류가 동에서 서로 흐른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병편지 프로젝트 'Citizen Science'에서는 1000개가 넘는 병편지들이 북해에 뿌려졌고 사례를 받기 위해 주로 어부들이 발견해 돌려보낸 편지는 55%에 달했다고 한다. 이 중 병 하나가 108년 지난 2015년에 독일의 한 섬에서 발견되었다.  

단단한 유리병에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봉인이 되어 있더라도 이 이상의 시간을 바다 위에서 무탈하게 떠다니기는 어려운 것인가 보다. 


또 하나의 유명의 병편지의 기록은 침몰한 여객선 타이타닉에서 보낸 것이었다. 

1912년 처녀항해에서 유빙과 충돌한 후에 차가운 북해로 가라앉던 타이타닉호 안에서 아일랜드 출신 부르케라는 당시 19살 청년은 병 속에 그의 마지막 편지를 넣고 입구를 밀봉해 바다에 던졌다. 

"From Titanic goodbye all, From Buke of Glanmire, Cork"

이 병 편지는 그다음 해에 그의 부모가 살고 있던 고향 아일랜드의  Glnmire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해안에서 발견되어 부모에게 전해졌다. 이 병편지는 이후 가족들에 의해 보관되어 오다 2011년 이후에 Cobh Heritage Center라는 곳에 기부되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가깝게는 일본에도 병편지의 역사가 전해진다. 

1794년 주노스케 마추야마라는 선원과 동료들은 항해 중 폭풍을 만나 배가 난파되어 태평양의 어느 한 섬에 고립되고 만다. 섬에 고립된 이들 선원들은 모두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들의 마지막 기록은  사고 후 150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의 히라투레무라고 불리는 마을에 조난당했던 선원중 한 명이 기록한 병편지가 파도에 떠밀려 올라온 것을 주민이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병을 발견하신 분은 아래 주소로 연락을 주십시오. 저의 후손이 남아있다면 사례할 겁니다.. p.s. 병 속에 들어있는 동전은 당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선물입니다. 2020년 3월 30일" 


자 단단하고 불투명한 병을 준비하자. 튼튼하고 각진 위스키병이면 제일 적합할 것이다. 그 속에 아이들과 같이 각자 오늘을 적어보자. 편지를 집어넣은 뒤에  집안 어딘가에 지난번에 마시고 남겨둔 이쁜 코르크 마게로 병 입구를 단단히 밀봉하자. 그리고 차를 몰아 강이나 바다로 가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올해 여름 장마가 져서 하천에 물이 불었을 때 아이들과 같이 던져 넣어 보자. 

적어도 100년은 버텨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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