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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07. 2020

아빠도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중반의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았다.


갓난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거나 목욕을 시키는 모든 일들이 부부에게는 모두 처음 하는 일들이라 항상 조심스럽고 가끔은 위태롭기까지 했다.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아이를 씻기기 위해서 처음 사온 아기 목욕통에 둘이 번갈아 손을 몇 번씩 담갔다 뺏다 해가면서 물 온도를 맞춘 끝에 한 사람은 아이의 목과 엉덩이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치고 다른 한 사람은 솜털로 먼지를 떨구듯 아이를 목욕시켰다.


아이가 조금 자라 몸을 씻기는 일이 수월해진 후에는 그 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말을 배우고 자기의 생각이라는 것을 갖게 된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부모가 하는 말에 말대꾸를 하기 시작한다.

밝은 성격에 친구들과도 잘 지냈지만 언제부턴가 아빠가 하는 말에 불쑥불쑥 '반항'을 하는 일이 생겼다.

아이를 일방적으로 목욕통에 넣어 부모가 목욕을 시키던 때가 이젠 아닌데...


그러다 어느 날 아빠가 무엇을 하라고 시키는 말에 또

"싫은데!"

라고 대꾸를 하는 아이에게 나는 왠지 모르지만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래. 그럼 하지 마!"

두 손을 벌려 별것 아니라는 시늉까지 해가며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을 해버리고 그냥 돌아 나왔다.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아이가 싫다고 하는 일에는 언제나

"그래. 알았어."라고 쿨하게 말하곤 씩 웃어 보이기까지 하곤 뒤돌아섰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아이가 나의 키만큼 자라고 나서 바라보니

아이의 어떤 것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고 또 어떤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는 것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내 생각보다 아주 일찍 스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와는 지금도 장난치듯 둘만의 이상한 대화가 이어진다.

"싫은데"라고 툴툴거리고 나는 여전히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곤 씩 웃어버린다.


이 아이를 처음 만나는 친척 어른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야~ 00 이는 외국에서 자랐는데도 정말 예의가 바르고 성격이 좋아!"


예전에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다.  

"어린 자식이 화를 내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은 100프로 부모 탓이다. 절대로 절대로 아이를 화나게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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