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중반의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았다.
갓난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거나 목욕을 시키는 모든 일들이 부부에게는 모두 처음 하는 일들이라 항상 조심스럽고 가끔은 위태롭기까지 했다.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아이를 씻기기 위해서 처음 사온 아기 목욕통에 둘이 번갈아 손을 몇 번씩 담갔다 뺏다 해가면서 물 온도를 맞춘 끝에 한 사람은 아이의 목과 엉덩이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치고 다른 한 사람은 솜털로 먼지를 떨구듯 아이를 목욕시켰다.
아이가 조금 자라 몸을 씻기는 일이 수월해진 후에는 그 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말을 배우고 자기의 생각이라는 것을 갖게 된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부모가 하는 말에 말대꾸를 하기 시작한다.
밝은 성격에 친구들과도 잘 지냈지만 언제부턴가 아빠가 하는 말에 불쑥불쑥 '반항'을 하는 일이 생겼다.
아이를 일방적으로 목욕통에 넣어 부모가 목욕을 시키던 때가 이젠 아닌데...
그러다 어느 날 아빠가 무엇을 하라고 시키는 말에 또
"싫은데!"
라고 대꾸를 하는 아이에게 나는 왠지 모르지만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래. 그럼 하지 마!"
두 손을 벌려 별것 아니라는 시늉까지 해가며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을 해버리고 그냥 돌아 나왔다.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아이가 싫다고 하는 일에는 언제나
"그래. 알았어."라고 쿨하게 말하곤 씩 웃어 보이기까지 하곤 뒤돌아섰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아이가 나의 키만큼 자라고 나서 바라보니
아이의 어떤 것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고 또 어떤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는 것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내 생각보다 아주 일찍 스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와는 지금도 장난치듯 둘만의 이상한 대화가 이어진다.
"싫은데"라고 툴툴거리고 나는 여전히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곤 씩 웃어버린다.
이 아이를 처음 만나는 친척 어른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야~ 00 이는 외국에서 자랐는데도 정말 예의가 바르고 성격이 좋아!"
예전에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다.
"어린 자식이 화를 내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은 100프로 부모 탓이다. 절대로 절대로 아이를 화나게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