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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07. 2020

항공기의 타이어

Dear Captain Jay

Dear Capt. Jay

기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비행기와 비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오타쿠는 아니고요. ^^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서 이렇게 메시지를 드려요.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비행 중 고장을 일으킨 항공기의 '호위'를 위해서 F-16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사례를 보게 되는데요.  

제가 궁금한 것이, 왜 전투기가 호위를 시키나요? 전투기를 띄운다고 해서 비행 중 펑크 난 타이어를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요. 기내에서 소동이 벌어져도 기체 바깥에 있는 파일럿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자신들을 따라오라는 유도 정도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닌가요?


궁금해서 메시지 드려봅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Capt Jay의 답변


우선 전투기까지 출동시켰던 이스라엘의 반응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스라엘에서는 특이하게도 이런 종류의 비상에 전투기 출격은 물론 지상에 앰뷸런스를 100대 정도 대기시키는 일이 1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과잉 대응입니다.


우선 이륙한 F-16은 홀딩 중인 항공기에 접근해서 항공기의 손상 정도를 시각적으로 확인하여 조언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선 이륙 중 발생한 FLAT TYRE가 어떠한 종류의 비상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하시다시피, 에어 프랑스의 콩코드가 이륙 중 화재로 추락한 이유가 바로 타이어 파손이었습니다. 콩코드 항공기의 VR 즉 이륙을 위해 조종사가 피치를 들어올리며 지면을 벗어나는 속도는 약 400Km에 달합니다. 보잉 777의 속도는 약 300Km로 조금 적지만 여전히 대단히 빠른 속도로 타이어가 회전하기 때문에 만약 이 시기 타이어가 폭발한다면 그 파편은 강한 원심력을 받아 항공기의 날개 하부 즉 연료탱크 부분과 플랩 등 조종 면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콩코드의 경우 폭발한 타이어 조각들이 엔진과 윙 탱크에 손상을 주었고 곧바로 화재로 이어져 이후 항공기는 수 분간의 비행 후 조종성을 상실하고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고 콩코드 역시 퇴역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747 항공기 타이어 1개 가격은 약 한화 400만 원 선이라고 하는군요. 그렇지만 이 가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타이어 가격이 아닙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항공기에 쓰는 타이어는 언제나 신품 타이어일까요? 아니면 재생 타이어일까요?


정답은


대부분 재생 타이어입니다.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A320 항공기의 타이어는 약 250회의 착륙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큰 B777은 120에서 150회의 착륙 후에는 교체해야 합니다. 이 정도 착륙을 한 타이어의 TREAD는 마모가 심해 홈이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교체된 구 타이어는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운영하는 타이어 숍으로 운반되어 RETREADING 과정을 거쳐 새 타이어로 다시 탄생하게 되어,
많게는 ‘수천번’의 이착륙을 견디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새 타이어인지 재생 타이어인지 자세히 보기 전에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항공기 타이어 업체들은 항공사와 타이어 한 개 가격을 받는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당 착륙 횟수를 보장하는 계약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3000회 착륙까지 보장됨’ 이렇게 계약이 됩니다.


예전에 모 항공사의 777이 이륙 직후 TYRE PRESSURE가 0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조종실에서 이륙 중 전혀 이상이 감지되지 않았고 타이어 압력 외에는 다른 이상 증상이 없어 회사와 협의를 한 끝에 목적지까지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을 하고 약 8시간의 비행 끝에 안전하게 목적지에 착륙해서(한 개의 메인 타이어 손상은 제한 없이 RAMP까지 택시가 허용됩니다.)
주기장에 도착해 엔진을 끄고 드디어 정비사가 인터폰에 연결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연락받으셨죠? 교체할 타이어는 준비되어 있는 거죠?"
이 질문에 정비사는 난처한 목소리로


"기장님 타이어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 새 Wing과 Flap은 미처 준비가 안 돼 있는데요.”  


이날 10번 타이어에서 폭발과 함께 분리된 Tread 조각은 Flap과 좌측 주날개 하부에 구멍을 내고 비행 내내 그대로 박혀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비행 중 이를 목격한 창가의 승객이 있었는데 이분 비행 중엔 침묵을 지키시다가 내릴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승무원에게 말해줬다는군요.


아마 이날 꼭 목적지에 가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으셨나 봅니다.  


덕분에 항공기는 기본적인 임시 수리만 마친 후에 승객 없이 빈 비행기로 다시 본사로 Ferry 비행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타이어 폭발은 이렇듯 종종 항공기에 심각한 손상을 끼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공항의 대응이 조금 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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