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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07. 2020

한국인 신입 승무원



한때는 500명에 이르던 때도 있었다. 내가 일하는 회사의  캐빈 승무원수는 2만여 명에 이른다. 그중에 500 명이면 비영어권으로서는 상당한 비중이다. 정확한 수는 확인할  없지만 요즘은 이보다는 줄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년여 경기가 그리 좋지 않아 채용이 지지부진했던 요인이 크다.

입사한  3년이 지나기 전에 상당수 승무원들이 사직을 하는 특성상 두바이에 오래 있었던 고참이 아니라면 그들이 한국인 기장을 비행 중에 만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브리핑에 들어가 한국인 승무원이 있으면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한국분이 있네요. 누구시죠. ~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짧은 턴어라운드(한국에서는 퀵턴이라고 부른다) 아니면 대부분 짬을 내어  서비스 Meal Service(식사 서비스) 끝난 시점에 조종실로 놀러 오곤 한다. 이들  절반 정도는 첫인사를 이렇게  건넨다.

"안녕 ~ 하세요~.  한국 기장님 하고 처음 비행이에요."

이들 신입 객실 승무원들은 입사 후에 Aviation College라는 곳에서 서비스  비상탈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건물에는 조종사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도 같이 있어서  점심시간에는 ‘세븐스 헤븐’ (Seven's Heaven)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7 식당에서 조종사들과 처음 마주치게 된다.

 입사해 교육 중에 빨간 티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의 새내기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생기발랄하고 귀엽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서 하나하나의 눈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순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들 중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한국인으로 보이는 크루들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 작은 키에  대학을 졸업한  앳된 얼굴로 둘씩 셋씩 짝을 지어서는 한국말로 재잘거린다.

한편 조종사들의 경우는 워낙 동양인이 적은 회사이다 보니 보통 20 정도가 참여하는 그라운드 스쿨에 대게는 동양인이  혼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에 띈다.

하루는 점심식사를 위해 그곳, 세븐스 헤븐에 올라가 메뉴를 고르려는데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 신입 여승무원들 서넛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은 초면에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도 멋쩍어서 짐짓 모른척하고 원하는 메뉴 앞에 이어진 줄에 들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가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를 잊은  친구와 영어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아주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오른쪽 어깨 뒤에서 들렸다.  너무 작아서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아녕~~하세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왔는지 아까 봤던 승무원 중 제일 키가 작았던  명이 바로  뒤에서 마치 대학시절 보았던 신입생처럼 수줍게 웃고 있다.   

~ 안녕하세요.” 얼떨결에 나도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모기소리처럼 작은 한국말에 기장이 놀라서 뒤돌아  것이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는지 얼굴엔 점점 웃음이 크게 번지더니,

급기야 뒤돌아 남아있는 동료들을 향해서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친다.

"내가 그랬잖아~~ 한국기장님일 꺼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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