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이나 항공 마니아들은 이 등을 보통 '민항기들의 화장품' 또는 '데코레이션' 정도로 생각합니다. 수직 꼬리 날개에 그려진 항공사의 로고가 밤에도 잘 보이도록 양쪽 아래에서 위를 향해 빛을 비추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랜딩 라이트나 내비게이션 라이트 그리고 스트로브 라이트와는 달리 이 등은 부작 동시에 교체해야 하는 MEL(MINIMUM EQUIPMENT LIST) 상의 주기가 'D급'입니다. 다른 등의 C급(10일 안에 교체)과 달리 D급은 120일 안에만 교체하면 되는 아주 사소한 결함입니다.
그런데 정말 사소할까요?
여기서 우리 한번 상상을 해볼까요?
야간입니다. 비까지 내립니다. 아주 복잡한 대형공항입니다. 로고 라이트가 OFF 된 항공기들이 택시 웨이와 활주로에 가득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가시나요?
관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먼저 관제사의 상황판단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어느 항공기가 아메리칸이고 어느 항공기가 콴타스인지 구분이 안된다면 관제사는 현재 인터섹션에서 대기 중인 항공기에게 "Follow Qantas 747 on your right.to Holding point Runway 25R(당신 오른쪽의 콴타스 747 뒤에 따라가서 활주로 25R의 대기 지점까지 가시오)"와 같은 지시는 내리지 못할 겁니다.
두 번째로 로고 라이트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어떤 항공기인지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는 의미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고도에서도 로고 라이트를 ON 하도록 추천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동의 분쟁지역을 비행할 때는 언제나 로고 라이트를 켜고 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혹시라도 있을 전투기들의 요격을 우려한 규정입니다.
방공관제 레이더의 오류로 인해 미 식별 항적에 대한 요격에 들어가는 전투기가 야간에 민항기를 바로 식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는 로고 라이트는 오히려 그 어떤 등보다도 중요합니다.
제가 이전에 비운의 로고 라이트라고 언급한 이유도 우리의 항공 역사에도 두 번이나 소련 전투기에 의해 민항기가 격추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 모두 미국의 정찰기로 오인된 결과입니다.
로고 라이트를 작동시키는 시기는 야간에 한정됩니다. 야간에는 지상 작동부터 1만 피트까지 로고 라이트를 ON에 두고 다시 강하를 시작해 1만 피트가 되면 순항 중에 OFF에 두었던 로고 라이트를 랜딩 라이트와 같이 ON 합니다. 주간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에어버스는 센서가 작동을 보조합니다. 로고 라이트는 ON상태에서도 바로 작동되지 않고 지상에서는 랜딩기어가 자중으로 압축된 상태에서 그리고 공중에서는 플랩이 15도 이상 펼쳐진 상태에서만 작동됩니다.
로고 라이트는 사실 정비 측면에서는 골치 아픈 등이기도 합니다. 항공기 꼬리 날개라는 가장 높은 지점에 달려 접근이 어렵고 일부 항공기에서는 비행 중 발생하는 진동으로 인해 다른 등보다도 수명이 짧아 자주 교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로고 라이트'
알고 보면 '화장을 하려는 것' 이라기보다는 비행안전을 위해 꼭 필요해서 달아 둔 등입니다.
오늘로 항공기 등에 대한 연제를 마칩니다. 호응이 뜨거워서 글을 준비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