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일상

by 캡틴 제이


10월 말 오후 세시를 넘긴 시간이다.


사막에 나갈 때 모닥불 옆에 펼쳐둘 요량으로 계단 밑 창고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구입한지 십년도 더 된 간이침대를 꺼냈다. 그 사이 프레임과 캔버스를 동여맨 이곳저곳이 낡아 해져서는 조금씩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위층 서랍에서 바느질 통을 찾아 내려와서는 그 길로 부부가 같이 간이침대를 사이에 두고 바닥에 주저앉아 해진 부위에 ‘시침질’을 시작했다.


실을 네 겹이나 겹쳐서 튼튼하게 기우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정확히는 바늘귀에 실을 끼우는 사소한 일에 시간이 걸렸다. 둘 모두 오십을 넘긴 나이인지라 이일도 이젠 안경의 조력 없인 수월치 않다.


이제 막 일을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조금 전 먼저 저녁을 준비하려 부엌으로 갔던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밖에 나가서 까쓰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게으름을 피우며 침대에 남아 있던 나는 잠결에 아래층에서 울리던 가스 경보음을 들었던 것을 그제야 다시기억해 냈다.


자동차단장치가 작동되면 어쩔 도리없이 건물 밖에 가스 실린더 룸에 있는 안전장치의 리셋 버튼을 눌러주어야 불을 다시 올릴 수 있다. 사실 요 근래 소독을 위해 뿌리는 알코올 스프레이 때문에 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았다.


정원으로 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비릿한 바다내음이 바람 속에 섞여 얼굴과 팔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바람 방향이 바뀌었다.


‘북풍이 분다’


그러고 보니 한낮임에도 온도가 낮아 흡사 한국의 봄처럼 바람이 가볍게 너울거린다.


이란의 고원지대를 넘으며 열기를 식힌 대륙의 바람이 호르무즈 해협 위를 지나며 그 짧은 순간 짠내를 머금었다.


가스 실린더룸의 하얀 문에 달린 손가락 하나 간신히 들어갈만한 크기의 동그란 레버를 당기자 빛이 쏟아져 들어가 순간 그 안이 환하게 드러난다. 여기저기 스크레치가 나고 모래먼지까지 뒤집어쓴 빨간 가스 실린더가 한눈에 들어왔다.


실린더 왼쪽 허리 높이로 벽에 부착된 손바닥 만한 차단장치에 노란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 손을 비좁은 틈 사이로 밀어 넣어 두 개의 버튼 중에 바깥쪽 버튼을 누를 참이었다.


‘후다닥’


역시나 녀석은 아직 이곳에 살고 있었다.


10 센티 남짓한 회색 사막 도마뱀이 침입자의 손을 보고는 잽싸게 실린더 뒤쪽 구석으로 달아난다.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삼 년 전 이맘때였다.


나는 이제 아무렇치도 않은데 녀석만 매번 이렇게 낯을 심하게 가린다.


‘딱’


버튼을 누르자 차단이 풀렸다.


창문 안쪽 부엌에서 아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인다.


매번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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