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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16. 2021

허술한 나와 모진 나


참 박하고 모질다. 


어쩜 그렇게 유독 한 대상에 대해서 만큼은 이처럼 잔인할까?






살면서 내가 가장 막 대하고 책망하는 대상은 사실 '나 자신'이다. 




남들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상하게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가혹하게 난도질을 하듯 책망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스스로가 완벽해 지기를 끝없이 강요한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칠판에 문제를 몇 개 적어두고는 나와 친구들 몇 명을 불러내었다.   다른 친구들이 차분히 문제를 푸는  몇 분 동안  나는 머리가 하얘져서는 멍하니 문제만 바라만 보다가 들어와 결국 펑펑 울어버렸다.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런 내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내 속에는 몇 개의 '나'가 존재하는 것일까. 




깜빡깜빡 잘 까먹는 '허술한 나'와 평가 비행에서는 그런 허술한 구석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부리는 '모진 나'와 그리고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두 번째 나를  '자책하는 나'까지 온통 뒤죽박죽이다. 




나는 이 셋 중 어느 것일까?




자책하는 나일까 아니면 실수하는 나일까?




나는 결국 




'완벽을 추구하는 조금 엉성한 나'가 아닐까?




비행을 하는 조종사를 평생 직업으로 택한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조금 모자란 나'를 남들처럼 용서하고 사랑하려고 평가가 끝난 요 며칠 무던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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