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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10. 2021

깨진 유리조각과 싸인


오늘은 영적인 글입니다. 


'츠악!'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라도 방금 낙엽이라도 밟은 것인가 싶어 바닥을 살펴보았지만 보도블록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낙엽을 밟은 소리라기에는 너무도 크고 날카로웠다. 마치 날벌래를 잡는 전기장치같이 짧고 날카로웠지만 문제는 그 소리가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컸다. 


새벽 5시 반쯤 되었을까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는 그 시간에 거리에는 아직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 가로등도 꺼지지 않은 시간이다. 


나는 벌써 두 달째 한낮에는 50도 가까이 치솟는 사막의 더위를 피해 새벽 4시 반 정도에 일어나 아직 주변이 어둑한 시간에 내가 살고 있는 빌라촌 '메이단 사우스' 주위를 걷는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특별히 발견한 것이 없어 다시 고개를 돌리려다 말고  나는 잠시 주춤했다. 


"어제도 바로 이 자리였어!" 


어제도 바로 이 자리였다. 어제도 바로 이 자리에서 똑같은  소리를 들었던 걸 기억해 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그 자리로 다가갔다. 


우선은 주변에 그런 소리를 낼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볼 요량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빌라인지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한쪽 구석에는 누런 모래가 바람에 날려와 잔뜩 쌓여있었다. 


그때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깨진 갈색 유리조각!'


처음엔 한두 개만 보이더니 자세히 살펴보니 갈색 맥주병 하나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꽃나무가 심어져 있는 정원에서부터 반경 3, 4미터 안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 때문이었을까? 내가 저 유리조각을 밟은 소리였을까?'


아니다. 그러기에는 소리가 너무 컸다. 


그 사이 벌써 나의 오른손이 유리조각들을 하나하나 집어 왼손바닥에 쌓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이전에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니는 걸 보았던 터라 날카롭게 깨진 유리 파편을 집어 올리며 가슴이 섬뜩했다.  


고개를 바삐 좌우로 돌려가며 혹시나 남아 있을 아주 작은 유리조각까지 찾다가


"아직 남은 유리조각이 있으면 제게 보여주세요!"


하나님께 하는 소리였다. 


"제게 이 일을 시키시려 어제 오늘 불러 세우신 것 같은데, 안보여주시면 더 이상 없는 것으로 알고 그만  갈 겁니다!"


새벽 5시 무렵은 하루 중 우리의 영이 가장 맑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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